[양상훈 칼럼] 최장 9개월 남은 후쿠시마 괴담 수명
민주당 의원 누구도
괴담 주장 안 할 것
언제 그랬냐는 듯
생선회도 먹을 것
광우병 대소동 때처럼
며칠 전 친구가 저녁 모임 장소를 서울 노량진 수산 시장으로 하자고 했다.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수산 시장에 갔더니 수조에서 생선을 파는 곳은 한산했다. 회를 떠서 집으로 가져가는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그런데 식당가로 가니 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의 식당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좌석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는 찬 것 같았다. “15년 전 광우병 소동에 비하면 훨씬 낫다”는 데 이의가 없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뿌려진 전단 하나를 한 분이 보내주셨다. 전단 제목은 큰 글씨로 쓴 ‘다 죽습니다!’였다. 그 밑에 ‘우리 부모, 형제, 자식들이 위험합니다!’라며 ‘에이즈보다 무서운 광우병 쇠고기, 학교 및 군대에 일차적으로 시행’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서 ‘미국산 소가 수입되면!!’이라며 ‘뇌가 스펀지처럼 뚫리고 사지가 마비되면서 고통스럽게 죽게 됩니다’라고 했다. ‘일본인들은 자국민 보호에 관심 없는 한국 공무원을 병신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라면 수프, 생리대, 기저귀, 젤리, 약 캡슐, 각종 화장품, 설렁탕, 과자 등 생필품에 전부 미국산 쇠고기 성분 사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매스컴 전부 봉쇄 조치!’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거짓이거나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그런데 국민 3분의 2 이상이 이 괴담을 믿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출범 몇 달이 되지 않는 때였다. 노무현 정부와 한 편이었던 TV 방송들은 새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이 괴담을 만들고 전파하는 것으로 표출했다. 매일 광우병 시위를 생중계했다. 대선에 대패하고 정권을 잃은 민주당은 이를 호재로 이용했다. 결국 여중생들이 “뇌에 구멍 뚫려 죽게 됐다”고 우는 등 사회 전체가 발작 증세를 보이는 지경으로 갔다.
당시 한때는 미국 쇠고기 수입이 격감해 거의 ‘0′ 수준이었다. 집 부근 미국 쇠고기 파는 정육점에 갔더니 “일주일 만에 첫 손님”이라고 했다. 전국 쇠고기구이집이 텅 비다시피 하던 시기도 있었다. 필자는 당시 광우병 괴담이 거짓이고 과장됐다는 글을 세 차례 썼는데 실제로 살해 위협 메시지까지 받았다. 조선일보 기자가 시위대에 집단 폭행당하고 조선일보 건물에 오물이 뿌려졌다. 미쳐 날뛴다는 ‘광분’이 따로 없었다. 지금 후쿠시마 괴담은 광우병 소동에 비하면 가벼운 해프닝 정도다.
놀라운 것은 ‘0′에 가까웠던 미국 쇠고기 수입량이 다시 1~2위를 회복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아무도 광우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짓은 생명력이 길지 않고, 대중은 잠시 속을 수 있지만 끝까지 속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재확인했다.
그 난리였던 광우병 소동도 결국 진실을 찾아갔다. 후쿠시마 괴담도 당연히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이 지금의 2~3만배나 되는 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쏟아졌는데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바다엔 아무 이상이 없다. 후쿠시마 방류가 민주당 주장대로 ‘핵 테러’라면 그 테러의 첫 희생자는 1억2000만 일본인이다. 일본인이 자폭할 만큼 바보이겠나.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괴담, 사드 괴담을 거치며 우리 국민이 학습 효과도 갖게 됐다. 핼러윈 참사 괴담도 성공하지 못했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때는 지식인들 중에도 괴담에 넘어간 사람이 많았지만 후쿠시마 문제에선 그런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앞으로 후쿠시마 방류를 시작한 뒤 우리 바다의 방사능 수치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면 괴담은 사그라든다. 안타까운 것은 그 기간 우리 수산업계가 볼 피해다. 일본의 일인데, 괴담도 우리가 만들고 피해도 우리가 입는다.
어이없는 일을 더 보았다. 어느 자리에서 한 사람이 후쿠시마 방류수가 한반도 바다로 바로 온다고 열을 올렸는데 알고 보니 그는 후쿠시마가 우리 동해 쪽이 아니라 태평양 쪽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한국 언론은 연일 후쿠시마 논란을 보도하지만 정작 일본 언론엔 보도가 별로 없다. 후쿠시마 방류는 일본 바다에 하는데 그 수산물을 매일 먹고 사는 일본보다 그 바다 반대쪽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시끄럽다.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던 한 사람은 당시 시위 단체 내부 회의 때 ‘광우병 팩트(사실)에 대해선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국민이 다 죽는다’는 전단을 뿌리면서 정말 그런지 논의 한번 안 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정치적으로 이용할 궁리만 했다고 했다.
그래서 한 가지 예측을 해보았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이 방사능 수산물을 먹고 큰일 날 것처럼 주장하지만, 내년 4월 총선만 끝나면 민주당 누구도 그 주장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기든 지든 선거만 끝나면 민주당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생선회를 먹을 것이다. 이들 중에 미국 쇠고기라고 안 먹는다는 사람 못 보았다. 수산업계가 앞으로 몇 달, 아무리 길어도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만 견디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년 4월 총선까지는 9개월이나 남았다. 너무 길다. 일부러라도 우리 수산물을 더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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