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디지털서비스 개방…일상이 편해진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체크하고, 집을 나서기 전에 버스나 지하철이 어디쯤 왔는지 확인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데이터 개방으로 달라진 일상의 모습이다.
2009년 한 고등학생이 공개된 버스정보 데이터로 만든 ‘서울버스’ 앱이 공공데이터 개방의 물꼬를 텄다. 이 앱은 3개월 만에 25만여명이 다운로드했으며, 국민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바꿨다. 정부는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은 이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부만이 공공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간 공공데이터 7만7000여건이 개방되고 이를 활용한 민간서비스 2700여개가 만들어지는 등 이제 데이터 개방은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공공서비스는 어떨까? 우리의 일상생활은 민간서비스와 공공서비스가 함께 필요한 경우가 많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먼저 지도앱에서 경로를 확인하고, 필요한 기차앱이나 고속버스앱을 열어 승차권을 예매한다. 자동차 정기검사 알림을 받으면 민간 포털에서 검사소 영업시간, 이용후기 등을 알아본 후에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한다.
결국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민간과 공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각각 방문해야만 한다. 이렇듯 민간과 공공의 단절된 서비스 과정은 이용자인 국민을 번거롭고 불편하게 만든다. 더 편리한 국민의 일생을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민간과 공공부문 간의 경계를 허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이런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 웹사이트나 앱에서만 가능했던 공공서비스를 친숙하고 편리한 민간 앱에서도 신청·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동안의 공공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개방하는 한편, 시민들이 어떤 공공서비스의 개방을 원하는지 민간기업의 목소리도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SRT 승차권 예매, 자동차 검사 예약, 수목원 예약, 인천국제공항 지도 등을 선도 서비스로 선정하고, 9개월여의 노력 끝에 민간 앱을 통한 서비스 개시라는 첫 결실을 맺게 됐다.
정부에서 제공하던 공공서비스에 기업 서비스를 접목해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창출하게 된 것이다. 민간 지도앱에서 경로를 조회하면 기차앱 없이 승차권 예매까지 손쉽게 할 수 있고, 포털사이트나 민간 앱에서 수목원을 검색하면 수목원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예약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자동차 관리앱의 경우 단순 검사기간 알림이나 검사소 예약 서비스뿐만 아니라 주요 검사 부적합 판정 사례와 검사 당일 검사소 위치까지 알려준다. 이는 공공서비스에 민간기업의 새로운 서비스가 더해져 국민의 편의성을 한층 높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 개방은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핵심과제이다. 정부는 이번에 개통한 선도 서비스에 이어 청년, 모빌리티, 안전, 여행, 임신·육아 등의 분야에서 23종의 서비스를 추가로 개방할 계획이다. 여기에 최신 기술을 접목해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선보이려는 민간기업의 참여도 크게 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및 혁신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던 일이 데이터 개방으로 이제는 아득한 옛일이 되어버린 듯하다.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시민이 상상하지 못하는 그 이상의 서비스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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