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임자와 연락선
잠깐 포구에 놀러를 갔는데, 장맛비가 오락가락. 한 곡 틀어보라 해서 노래를 골랐지. 가수 장세정이 부른 ‘연락선은 떠난다’. 노래를 틀어 놓고 활어 한 마리에 저녁밥이 맛났다. 조선인 강제동원에 항구마다 연락선이 정박해 조선인들을 실어 일본으로 날랐다지.
작곡은 ‘목포의 눈물’ 이난영의 짝 김해송(본명 김송규). “쌍고동 울어 울어 연락선은 떠난다. 잘 가소 잘 있소 눈물 젖은 손수건. 진정코 당신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눈물을 삼키면서 떠나갑니다. 아아 울지를 말아요. 파도는 출렁출렁 연락선은 떠난다. 정든 임 껴안고 목을 놓아 웁니다. 바람은 살랑살랑 연락선은 떠난다. 뱃머리 부딪는 안타까운 조각달. 언제나 임자만을, 언제나 임자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바다에 들어가믄 괴기라도 잽힝께 살았재. 안 그라믄 풀 뜯어다 묵었겠재. ‘셍키’라고 있는디, 솔나무 껍닥을 뱃기믄 허연 안살이 있어. 것도 끓애 묵었재. 그래도잉 우리는 물에 물괴기가 있응게 굶지는 안 했재.” 횟집 사장님이 긴 타래로 참견을 하셨는데, 탈탈탈탈 경운기가 무색을 주며 지나갔다. 울 아버지도 일본으로 강제동원, 고베의 조선소에서 잠깐 노역을 하셨다지. “조센진 빠가야로 잇벤 나굿타라 신데 시마우요.” 때려서 죽이겠다는 욕을 밤낮으로 들었다지. 그러다 해방이 되어 연락선을 타셨다. 임자를 만나러 돌아오는 귀향길, 쌍고동 울어 울어~.
과거에는 연인을 임자라 불렀다. 생각해보니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임자라 부르던 기억. 세상이 암만 수상해도 우린 사랑 때문에 살지. 임자 생각에 눈물 젖은 손수건. 바다에 원전 오염수, 바닷가와 섬에 사는 친구나 일가친척만 있어도 생각과 판단이 그렇게 흐를까나. 인간 세상이 참 무정타~. 언제나 임자만을 생각하고 살아야지.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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