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大 탈락 후속 대책 마련을” “지자체, 교육 분야 전문성 갖춰야”
부산=박성민 기자 2023. 7. 6. 03:03
대교협 총장 세미나 현장 목소리
등록금-기부금 등 낡은 규제 풀어야 대학 운영 자율성 향상시킬 수 있어
정부 고등교육 정책, 지방대에 집중… 경기-인천 대학 “우리는 사각지대”
등록금-기부금 등 낡은 규제 풀어야 대학 운영 자율성 향상시킬 수 있어
정부 고등교육 정책, 지방대에 집중… 경기-인천 대학 “우리는 사각지대”
“지방자치단체마다 대학을 지원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인적 자원, 역량의 차이가 너무 크다.”(정성택 전남대 총장)
“수도권이지만 서울 소재가 아닌 대학들은 정부 정책에서 오히려 홀대받고 있다.”(박종태 인천대 총장)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는 교육부를 향한 전국 134개 4년제 일반대 총장들의 ‘국민 신문고’나 다름없었다. 이날 세미나 주제가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였던 만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향한 총장들의 질의도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대 정책에 집중됐다.
총장들은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과 집행 권한을 각 시도로 이양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및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대학 30곳에 5년간 한 곳당 총 1000억 원씩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Local) 대학’ 사업을 기대하면서도 “정책 효과가 일부 지역이나 대학에 편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글로컬 탈락 대학들, 후유증 호소
지난달 교육부는 포스텍, 부산대·부산교대 등 15곳을 글로컬대로 예비 지정했다. 교육부에 제출된 94건의 혁신기획서 중 16%만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 중 10곳이 올 10월 최종 선정된다.
총장들은 탈락 대학들의 후유증을 우려했다. 장영수 대교협 부회장(부경대 총장)은 “내년에 재도전 기회가 있다지만 상당수 대학이 혁신기획서 작성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며 또 1년을 보내야 한다. 혁신안만 마련하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제출된 혁신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숙명여대 총장)도 “탈락 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글로컬대 사업이 탈락한 대학에도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컬대는 ‘밀물’과 같아서 몇 개의 배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이 다 같이 올라가는 사업”이라며 “선정되지 않은 대학을 유형별로 묶어서 지원하는 방안 등 다양한 후속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총장들은 더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등록금과 기부금 등 낡은 규제를 풀어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달라는 의미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대학이 돈이 되는 사업을 더 하도록 해주고, 그 돈이 정확하게 쓰이는지만 감시하면 자립할 수 있는 대학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혁신안이 모두 실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글로컬대 신청 과정에서 접수된 337개 규제 개선 요구 중 현장 요구가 많은 58개 과제는 즉시 개선하고, 140개 과제는 올 2학기 전까지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인천 총장들 “우리는 역차별”
정부는 출범 초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인재를 기르고, 지방 소멸도 막겠다는 취지다. 라이즈와 글로컬대학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총장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는 온도 차가 크다. 산업, 주거, 복지 등 견고한 ‘수도권 1극 체제’를 깨지 않으면 ‘지방대 살리기’ 정책은 헛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총장들은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되고, 지역에서 배출한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과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자체의 교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다. 대학 예산권을 쥔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한 사업 추진이나, 지역 대학 간 나눠 먹기 식 예산 배분도 우려된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대학 행정과 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전문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지방대에만 집중되면서 수도권 대학 사이에선 “역차별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특히 서울이 아닌 경기, 인천의 소규모 대학들은 글로컬대 사업에 지원도 못 하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은 “수도권에 있지만 지방 거점국립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도 많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대가 아닌, 서울권과 비서울권 대학으로 나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2025년부터 라이즈 체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수도권 지자체들이 글로컬대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토대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교협은 지난달 ‘소규모 대학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내년 1월까지 지원 방안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수도권이지만 서울 소재가 아닌 대학들은 정부 정책에서 오히려 홀대받고 있다.”(박종태 인천대 총장)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는 교육부를 향한 전국 134개 4년제 일반대 총장들의 ‘국민 신문고’나 다름없었다. 이날 세미나 주제가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였던 만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향한 총장들의 질의도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대 정책에 집중됐다.
총장들은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과 집행 권한을 각 시도로 이양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및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대학 30곳에 5년간 한 곳당 총 1000억 원씩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Local) 대학’ 사업을 기대하면서도 “정책 효과가 일부 지역이나 대학에 편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글로컬 탈락 대학들, 후유증 호소
지난달 교육부는 포스텍, 부산대·부산교대 등 15곳을 글로컬대로 예비 지정했다. 교육부에 제출된 94건의 혁신기획서 중 16%만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 중 10곳이 올 10월 최종 선정된다.
총장들은 탈락 대학들의 후유증을 우려했다. 장영수 대교협 부회장(부경대 총장)은 “내년에 재도전 기회가 있다지만 상당수 대학이 혁신기획서 작성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며 또 1년을 보내야 한다. 혁신안만 마련하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제출된 혁신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숙명여대 총장)도 “탈락 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글로컬대 사업이 탈락한 대학에도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컬대는 ‘밀물’과 같아서 몇 개의 배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이 다 같이 올라가는 사업”이라며 “선정되지 않은 대학을 유형별로 묶어서 지원하는 방안 등 다양한 후속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총장들은 더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등록금과 기부금 등 낡은 규제를 풀어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달라는 의미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대학이 돈이 되는 사업을 더 하도록 해주고, 그 돈이 정확하게 쓰이는지만 감시하면 자립할 수 있는 대학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혁신안이 모두 실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글로컬대 신청 과정에서 접수된 337개 규제 개선 요구 중 현장 요구가 많은 58개 과제는 즉시 개선하고, 140개 과제는 올 2학기 전까지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인천 총장들 “우리는 역차별”
정부는 출범 초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인재를 기르고, 지방 소멸도 막겠다는 취지다. 라이즈와 글로컬대학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총장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는 온도 차가 크다. 산업, 주거, 복지 등 견고한 ‘수도권 1극 체제’를 깨지 않으면 ‘지방대 살리기’ 정책은 헛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총장들은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되고, 지역에서 배출한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과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자체의 교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다. 대학 예산권을 쥔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한 사업 추진이나, 지역 대학 간 나눠 먹기 식 예산 배분도 우려된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대학 행정과 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전문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지방대에만 집중되면서 수도권 대학 사이에선 “역차별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특히 서울이 아닌 경기, 인천의 소규모 대학들은 글로컬대 사업에 지원도 못 하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은 “수도권에 있지만 지방 거점국립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도 많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대가 아닌, 서울권과 비서울권 대학으로 나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2025년부터 라이즈 체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수도권 지자체들이 글로컬대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토대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교협은 지난달 ‘소규모 대학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내년 1월까지 지원 방안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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