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중이면 치즈·와인은 금물... 약물과 충돌하는 먹거리는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3. 7.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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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물의 충돌 어떤 게 있나
사진=일본 장수과학진흥재단, 그래픽=김현국

복용한 약과 먹는 음식이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음식 성분이 약물 흡수를 방해할 수도 있고, 약물 농도를 지나치게 높게 할 수도 있다. 먹는 것 때문에 약효가 안 날 수도 있고, 음료 때문에 약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약물과 음식의 충돌 가능성을 알고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고령자는 약물과 음식과의 상호 작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일본 장수과학진흥재단은 말한다.

◇음식과 약, 상호 대사 방해

과일 자몽 즙에 포함된 베르가모틴이나 푸라녹마린 성분은 소화관에서 약물 대사를 방해한다. 그로 인해 약물 혈중 농도가 상승하여 너무 강한 용량의 약을 먹은 꼴이 된다. 주로 혈압약이나 협심증약에 쓰이는 칼슘 길항제, 고지혈증 치료제, 신경진정제 약물이 그럴 위험이 크다. 그 결과로 혈압 저하, 두통,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다만 같은 감귤류인 오렌지, 레몬, 귤에서는 이런 상호 작용 가능성이 낮게 평가된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커피와 홍차, 녹차 속의 카페인도 약물 부작용과 연관돼 있다. 카페인은 주로 신경안정제나 불안 치료에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상호 작용한다. 둘이 만나면 체내 카페인 분해가 억제되어 중추신경이 지나치게 자극된다. 신경과민, 짜증, 불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천식 환자 등에게 쓰이는 기관지 확장제 테오필린이나 크산틴계 약물도 카페인을 통해 중추신경 자극 작용을 한다.

흔히 먹는 치즈나 와인도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속에는 티라민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소화성 궤양 치료제, 항결핵제,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삼환계 약물과 만나면, 급격한 혈압 상승, 안면 홍조,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들 약물을 장기 복용 중인 환자는 치즈와 와인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약물 복용 중 음주 조심

알코올도 약물 흡수 및 대사에 관여한다. 약물의 혈중 농도를 올리거나 낮추어 적정 농도 유지를 힘들게 한다. 특히 신경안정제, 해열진통제, 일부 당뇨병 약을 만나면 그럴 수 있다.

클로렐라, 낫토, 녹색 또는 노란 야채에는 비타민 K가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K는 혈액을 끈적하게 하는 응고 효과가 있다. 피가 너무 끈적거려서 혈관을 막으면 안 되는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환자는 피가 굳지 말라고 와파린 같은 항혈전제를 먹는데, 비타민 K가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약물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녹황색 야채를 통상적인 먹는 수준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녹즙 등으로 고농도로 압축해서 먹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

우유, 요구르트 등 유제품에 있는 칼슘 성분은 일부 항생제 성분과 결합하여 약물의 흡수와 작용을 떨어뜨린다. 주로 뉴퀴놀론계, 테트라사이클린계, 세펨계 항생제가 그렇다. 이런 약을 먹을 때, 복용 후 2시간 정도는 유제품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콜라, 사이다 등의 탄산음료는 산성도(pH)가 2점대인 산성 음료인데, 아스피린을 산성 음료와 복용하면 평소보다 흡수가 느려질 수 있다. 일부 항생제에서는 되레 흡수가 빨라지면서 혈중 농도가 급히 상승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생제는 물과 복용하는 게 좋다. 한편 오렌지주스 등의 산성 음료는 약의 쓴맛을 늘릴 수 있다.

만성질환으로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특정 성분의 건강기능 식품을 먹을 때 약물과의 상호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의사와 상의한 후 먹는 게 좋다. 조제약을 받는 약국 약사에게도 약물과 음식 충돌 여부를 체크 받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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