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고 더 싼 SW… 엔비디아 독주 막을 것”
“엔비디아의 반도체 하드웨어(HW) 헤게모니를 토종 소프트웨어(SW)로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기업,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엔비디아를 넘겠다는 당돌한 도전장을 낸 토종 AI 스타트업이 있다. 회사명은 ‘모레’. AI 두뇌 역할을 하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의 연산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올해 창업 3년 차 소프트웨어 기업인데, KT 같은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 ‘비바테크 2023′에서, 비바테크 창립자인 모리스 레비 전 퍼블리시스그룹 회장은 ‘인상 깊게 본 스타트업이 무엇이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모레’를 꼽았다. 그는 “모레가 개발한 설루션을 사용하면 엔비디아보다 더 저렴하고 빠르다는데, 언젠가 이 스타트업이 엔비디아만큼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조강원(34) 모레 공동대표는 “세계 GPU 시장을 엔비디아가 독점한 데는 GPU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의 역할이 컸다”며 “쿠다는 엔비디아 GPU와만 호환되지만, 모레의 소프트웨어는 기술적으로 다양한 제조사의 GPU와 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경쟁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GPU는 당초 게임처럼 복잡한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데이터의 동시·병렬 처리 기능을 인정받아 AI 연산을 위한 핵심 반도체로 활용되고 있다. 모레는 GPU의 연산 성능을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세계 AI 반도체 시장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아성을 깨겠다는 목표다. 조 대표는 “엔비디아의 쿠다는 개발자가 수동으로 GPU를 조직화해 연산을 배분해야 하는데, 모레는 연산의 배분·병렬화·효율화 등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며 “이런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에서 모레뿐”이라고 했다.
또 기존 GPU 소프트웨어는 데이터양이 달라지면 새 연산 공정을 적용하기 위해 최소 3개월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모레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아 AI 개발 인프라 구축에 드는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모레는 조 대표와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의 윤도연(38) 대표가 2020년 공동 설립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미 수퍼컴퓨팅 학술 대회에서 토종 수퍼컴퓨터 ‘천둥’으로 277위에 올라 한국 사상 첫 500위권 진입을 일궈낸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연구팀의 수석 개발자였다. 조 대표는 “학생 때부터 수퍼컴퓨터 연산을 최적화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들이 이제 결실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모레의 매출은 2021년 53억원이었고, 지난해 소프트웨어를 상용화하자 102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모레는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주 고객사인 KT, KT클라우드와 함께 ‘한국형 AI 풀스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각종 AI 반도체·인프라·서비스를 국산화해 패키지로 세계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현재 AI 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지만 더 많은 기업이 모레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모레를 중심으로 새로운 AI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잡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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