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정부의 SNS 통제 안 돼”… 대선앞 ‘표현의 자유’ 논쟁
콘테츠 삭제 목적 SNS기업 접촉 금지
공화 “표현의 자유, 수정헌법1조 승리”
美정부 “허위뉴스 대처할 권한 있어”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미국 내 논란이 거세다. 미국의 한 주(州) 연방법원은 연방정부가 허위사실 삭제 요청 등의 목적으로 소셜미디어 기업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특별 예비 명령을 내놨다. 야당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소셜미디어를 통제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 달라고 소송을 걸자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받아들인 것이다.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미 수정헌법 1조인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美법원 “정부, SNS기업 접촉 금지”
루이지애나 서부 연방법원은 4일 바이든 행정부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온라인 콘텐츠를 단속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보건 당국이 잘못된 정보나 문제 콘텐츠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될 때 해당 기업과 접촉해 게시글 삭제 등 조치를 해왔는데 이를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테리 도티 루이지애나 연방법원 판사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축소할 의도로 소셜미디어 기업과 소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바이든 행정부는 마치 조지 오웰 소설(‘동물농장’)에 나오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와 같은 역할을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도티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임명했다.
앞서 미주리주와 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이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콘텐츠를 검열하도록 강요해 수정헌법 1조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두 주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원고들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게시물이나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스캔들’ 등 민감한 주제와 관련한 불리한 게시물이 올라오면 소셜미디어 기업에 압력을 가해 삭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 ‘여론 선동’ 논란에 선 소셜미디어
이번 판결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두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나온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범죄나 국가안보에 직결된 위험 요소가 아니라면 연방정부가 소셜미디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미주리주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 소속 에릭 슈밋 상원의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독립기념일에 수정헌법 1조가 승리했다”며 환영했다.
반면 미 연방 법무부는 아동 성착취나 거짓정보 선동 등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정부가 대처할 권한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7세 소년이 교통 단속 중 경찰 총격으로 숨진 뒤 벌어진 폭력 시위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가 폭력 행위를 장려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정부 차원에서 시위와 관련한 무분별한 게시글 삭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가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배경은 그만큼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당시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 공작을 펼쳤다는 폭로가 나온 데 이어 백신 괴담 등으로 홍역을 겪은 바이든 행정부는 수시로 소셜미디어 기업과 회의를 갖고 허위정보에 대응해 왔다.
공화당은 집권 민주당이 행정력을 활용해 소셜미디어 여론을 통제 또는 활용하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기류라 앞으로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논쟁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법적 논란도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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