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93] ‘권리’가 돼버린 미국 팁 문화
미국의 팁(tip)은 오랜 세월을 거쳐 정착된 관습이다. 한편 좋은 서비스에 대한 봉사료의 명분이 변질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를 형성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급여는 중요하다. 하지만 레스토랑 직원들의 경우는 다소 차원이 다르다. 일을 하는 시간 내내 머릿속으로 팁을 계산한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메뉴와 와인을 물어보면 비싼 것 위주로 추천을 한다. 팁이 음식 값에 비례해서 책정되므로 수입이 늘기 때문이다. 팁이 후한 고객에게는 친절하고, 팁을 적게 주면 노골적으로 따지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호의’로 시작한 관습이 ‘권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혹시라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이 팁을 주지 않을까 봐 계산서에 미리 팁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걸 모르는 손님이 중복으로 팁을 지불해도 말없이 받아 챙긴다. 눈앞의 이익에 양심은 뒷전이다.
레스토랑의 팁 관습은 다른 장소에도 확산되어 있다. 뉴욕에서 주차 요원에게 차를 맡기고 뺄 때 팁을 주지 않거나 적게 준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상대적으로 후한 팁을 주는 고객의 차를 앞에 주차시키고 우선적으로 빼주기 때문이다. 빠른 서비스를 원하면 팁을 더 주는 수밖에 없다. 호텔의 벨보이도, 아파트의 관리인도, 미용실 직원도, 음식 배달원도 모두 팁을 원한다. 안 주거나 적게 주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다. 미국인들이 불만을 가지면서도 체념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고용인은 직원 급여의 일부를 손님에게 부담시킬 수 있어서, 또 직원들은 급여보다 많은 팁 수익 때문에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근래에 팁의 비율이 오르고, 셀프 서비스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하면서 미국인들도 불편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건 바람직한 서비스 산업의 문화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우리나라를 포함, 많은 나라의 레스토랑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혹시라도 팁 제도를 고려한다면 이는 ‘악마와의 거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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