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망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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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유아인이 공개소환을 거부하며 경찰과 한때 실랑이를 벌였다.
출석일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날짜를 연기하는가 하면 기자들이 너무 많다며 경찰서 바로 앞에서 돌아가 버리기도 했다.
일부는 공개 대상에 선정됐다는 통보만으로 양육비 해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악성 임대인이든 양육비 미지급자든 신상공개라는 망신주기 처벌이 통하려면 양심까지는 아니어도 체면은 차릴 정도의 인성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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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유아인이 공개소환을 거부하며 경찰과 한때 실랑이를 벌였다. 출석일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날짜를 연기하는가 하면 기자들이 너무 많다며 경찰서 바로 앞에서 돌아가 버리기도 했다. 검찰청이나 경찰서 입구에는 주요 범죄 혐의자가 잠시 멈춰 설 수 있게 포토라인을 설정한다. 언론사 과잉 취재를 막기 위해서지만 그 자체가 당사자에겐 수모나 처벌로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라 이를 피하려는 꼼수도 동원된다.
조리돌림은 죄 지은 사람을 끌고 다니며 망신 주는 형벌이다.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실제로 존재했다. 죄인에겐 수치심을, 보는 이에겐 경각심을 주는 게 목적이다. 망신형은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권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저서 ‘국화와 칼’에서 일본을 지배하는 체면문화를 독특한 시각에서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식 윤리의식의 출발은 치욕감이다. 부끄러움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의식한다는 뜻이다. 불명예스럽다 판단이 들면 자기 배를 스스로 가르는 할복도 마다 않지만, 타인 시선이 없으면 완전히 다른 얼굴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봤다. 절대신을 상정하는 서양 기독교 문화와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먹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한다. 최근 3년간 미반환 보증금이 2건 이상이거나 액수가 2억 원 이상인 임대인이 대상이다.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최종 확정자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홈페이지, 안심전세앱 등에 게재한다. 늦어도 올 연말부터 임대인이 요주의 인물인지 사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약은 사인간 채권채무여서 형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공간이 거의 없다. 최선의 대책은 예방이라 이런 고육책까지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2년 전부터 이혼한 배우자에게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불량 부모’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백명이 명단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정지 등 처분을 받았고, 현재도 46명의 이름 나이 직업 주소(근무지) 등이 드러나 있다. 일부는 공개 대상에 선정됐다는 통보만으로 양육비 해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악성 임대인이든 양육비 미지급자든 신상공개라는 망신주기 처벌이 통하려면 양심까지는 아니어도 체면은 차릴 정도의 인성은 있어야 한다. 예사로 도둑이 매를 들고 가해자가 피해자 행세를 하는 세상이다 보니 그런 걸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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