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88] “잘 자라 우리 아가”
아이를 재울 때 부르는 ‘자장가’는 누구나 익히 아는 노래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라고 읊조리는 ‘자장가’,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로 시작하는 ‘모차르트의 자장가’,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의 ‘섬집 아기’ 등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대표적인 자장가들이다.
1950년대 ‘도미도레코드’의 음원을 정리하다 현인이 노래한 ‘하샤바이’를 접했다. 이엽이 작사하고 현동주가 편곡한 이 노래는 도미도레코드에서 1959년에 유성기(축음기)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현동주가 현인의 본명이니 현인이 직접 편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셈인데, 한국어 가사의 1절과 영어 가사의 2절이 섞여 있어 구성이 독특하다. 1950년대 번안곡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과 ‘하샤바이’라는 제목 아래 ‘Hush-a-Bye’라는 영어가 음반에 병기되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원곡을 찾을 수 있었다.
자장가를 의미하는 ‘허시 어 바이(Hush-a-Bye)’라는 제목의 노래는 여럿 있다. 그중 제리 슬렌(Jerry Seelen)이 작사하고 새미 페인(Sammy Fain)이 작곡하여 1952년에 개봉한 영화 ‘재즈 싱어(The Jazz Singer)’에 등장하는 노래가 ‘하샤바이’의 원곡이다. 대니 토머스(Danny Thomas)가 영화에서 처음 이 노래를 선보인 이후, 페기 리, 빙 크로스비 등 많은 가수가 부를 정도로 유행하였다.
당시 현인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하샤바이’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반면에 미국을 필두로 한 서양에서 ‘허시 어 바이’는 자장가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유튜브에는 여전히 대니 토머스의 노래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고, “어려서 어머니가 불러주셨던 노래여서 추억에 빠진다” “지금도 아이에게 불러주는 노래다” 등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댓글들이 달린다. 어떤 노래가 특정 집단에서 유행하는 것은 그 집단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맥락과 관련이 있다. ‘하샤바이’와 ‘허시 어 바이’가 각각의 집단에서 보인 반응은 상반되나, 자장가가 아이에 대한 부모의 가없는 사랑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어린아이 관련 사건과 사고들로 슬픔이 넘쳐나고 분노가 치솟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거늘, 아이들을 향한 학대와 폭력에 무력함마저 느낀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자장가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선해지니 말이다. 토닥토닥 위로가 필요할 때나 악한 생각이 떠오를 때 ‘어머니의 자장가’를 찾아도 좋으리라. 미처 꽃피우지 못한 채 스러져 간 아이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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