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이 썸으로…한승연의 벽 넘어 ‘비대면 로맨스’
- 공황장애로 24시간 재택근무
- 벽간소음으로 시작된 연애 그려
- 프랑스 원작 한국식으로 재해석
- “면벽연기 어려웠지만 좋은 경험
- 이지훈·고규필 등과 호흡 특별”
걸그룹 카라의 멤버로 익숙하지만, 배우로도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 한승연이 벽간소음 로맨스 영화 ‘빈틈없는 사이’(개봉 5일)로 찾아왔다. 한승연은 시니컬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색다른 로코 연기를 보여준다.
동갑내기 배우 한승연·이지훈이 주연을 맡은 ‘빈틈없는 사이’는 방음이 1도 안 되는 벽을 사이에 둔 뮤지션 지망생 승진과 피규어 디자이너 라니가 서로를 내쫓으려는 소음 전쟁을 벌이다 점차 서로에게 스며드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한승연은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로 생긴 공황장애로 외부와 단절한 채 24시간 재택근무 중인 라니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한승연은 “제 첫 상업영화이기도 하고, 가수로 지낸 시간보다 연기자로 지낸 시간이 더 길어져서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며 개봉을 앞둔 긴장감을 밝혔다. 그리고 “이런 로맨스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영화관에서 우리 영화를 선택해 주실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도 있다”는 심정도 함께 전했다.
사실 ‘빈틈없는 사이’는 프랑스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을 한국적으로 각색한 영화다. 한승연은 “원작과 우리 영화는 벽이 나오는 것 말고는 굉장히 다르다. 남자·여자 캐릭터 포지셔닝도 완전히 반대고, 여자 캐릭터가 아름답고 섹시하게 나오는데 저는 조그맣고 약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로 더 많이 묘사돼 있다”고 원작 영화와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어 “저의 조그맣지만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라니 역할과 맞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벽간소음 탓에 얼굴도 모른 채 벌이는 남녀의 싸움이 점차 ‘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달콤 쌉싸름하게 표현한 ‘빈틈없는 사이’는 ‘벽 사이 동거’와 ‘비대면 연애’라는 독특한 소재가 눈길을 끈다. 영화 초반 라니와 승진이 서로 방을 빼게 하려고 다양한 방식의 소음 전쟁을 펼친다. 한승연은 “승진이가 노래 멜로디에 육두문자 얹어 약 올리는 대목에서 촬영 때도 열받았는데, 영화에서 보니 더 열받더라”며 웃었다.
그간 주로 또래 여배우들과 촬영했던 한승연은 ‘빈틈없는 사이’에서 처음 동갑내기 남자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격의 없이 친하게 지냈을 것 같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못했다. 한승연은 “영화를 보면 남녀 주인공이 끝날 때쯤에야 만난다. 그러니 너무 친근하면 벽이 있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조금 거리를 두고 어려움이나 어색함이 몸에 묻어나는 게 연기하기에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지훈은 그게 초반에 서운했던 것 같더라”며 촬영 초반 일부러 이지훈과 거리를 둔 이유를 설명했다.
중반부터는 이지훈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고규필 김윤성과도 친해져 이들을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특히 ‘범죄도시3’에서 초롱이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고규필에 대해 “대사 없이 표정만 지어도 너무 웃겨서 규필이 형님을 다들 부러워했다”며 “저도 개그 욕심 있는데, 규필이 형님이 ‘40kg 찌우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더라”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상대 배우가 아닌 벽을 두고 연기한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연기하면서도 계속 ‘괜찮나?’라고 자문할 정도로 힘들기도 했다. 한승연은 “집에서 벽을 보면서 많이 연습했다.(웃음) 그런데 세트는 생각보다 벽이 두껍고, 세트장이 너무 넓어 상대의 소리가 잘 안 들렸다. 이지훈이 뒤에 숨어 대사를 쳐주기도 했다. 너무 답답하면 얼굴 마주 보고 연기한 뒤 그 느낌을 가지고 혼자 다시 촬영했다”며 면벽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드라마 ‘청춘시대’ 시리즈와 영화 ‘쇼미더고스트’를 통해 배우로 인정받고, ‘빈틈없는 사이’로 주연 배우의 책임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본 한승연. 그녀는 “아주 굵직한 대작에 참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저의 필모그래피는 아직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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