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운전기사 찾아가는 건강검진… “車판매 넘어 사고 예방까지”

첸나이=한재희 기자 2023. 7.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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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성장 ‘K-넷 포지티브’] 2부 K-솔루션, 해외현장을 가다
〈3〉 인도 운전문화 바꾸는 현대차
검진 장비 싣고 방방곡곡 찾아가
대중교통 운전자 6만4000명 혜택
인도의 한 ‘오토릭샤’(3륜 택시) 운전사가 지난달 28일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의 벨라체리 기차역 인근 광장에 마련된 ‘찾아가는 건강검진’ 대형 밴에 탑승해 의료진에게 혈당 및 혈압 검사를 받고 있다. 첸나이=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지난달 28일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의 벨라체리 기차역 인근 광장에서는 ‘오토 릭샤’(3륜 택시) 운전자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었다. 건강검진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첸나이에서 18년간 오토 릭샤를 몰아온 카시라자 씨(41)는 이날 생애 첫 건강검진을 받았다. 하루 14시간씩 빠듯하게 일해도 800루피(약 1만3000원) 안팎을 버는 그로서는 건강검진은 사치에 불과했다. 카시라자 씨는 “시간이 돈인데 검진을 받겠다고 일을 쉴 수는 없었다”며 “몇백 루피라도 벌어야 아내와 세 딸을 부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검진에서 식후 혈당수치가 157로 정상 범위(100∼140)를 벗어났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이제라도 식단 조절을 해야겠다”며 밝게 웃었다.

● 자동차 회사가 운전자 건강까지 챙겨

카시라자 씨가 ‘인생 최초’로 혈압, 혈당, 시력, 정신건강 등에 대한 검사를 받은 것은 현대차의 ‘찾아가는 건강검진’ 덕분이다. 검진 차량이 주요 거점에 직접 방문하는 데다 약 15분 만에 검진이 끝나 ‘시간이 돈’이라던 카시라자 씨도 흔쾌히 검진에 응할 수 있었다.

다른 운전자들도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거나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검진을 받아 본 적 없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매일 10시간 넘게 일하는데도 제대로 건강관리를 해 본 적이 없던 탓에 ‘이상 소견’ 결과가 허다했다. 5년 차 오토 릭샤 기사 시야가라잔 씨(39)는 “검진 결과 혈압 수치가 171까지 나와서 고혈압이 우려된다”며 “운전 때문에 밥때를 놓치지 말고 제때 식사를 해야 하고, 소금은 적게 섭취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경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시력 검진 업무를 맡은 수미트라 씨(39)는 “지난해 말에는 어느 릭샤 기사가 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야맹증 진단을 받았다”며 “오후 6시 이후에는 앞이 잘 안 보여 위험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한다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오토 릭샤 기사들은 차량을 등록할 때만 간단한 신체 테스트를 하고 이후에는 제대로 건강검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현대차가 현지 비정부기구(NGO)와 함께하고 있는 건강검진 사업은 인도의 타밀나두, 하리아나 지역을 중심으로 2021년 8월 시작했다. 현재까지 2년간 버스·택시기사 등 6만4000여 명이 혜택을 입었다. 검진 장비를 실은 대형 밴에 의료진이 동승해 인도 방방곡곡을 다니며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검사에 나서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중교통 운전자가 시력 저하나 고혈압 및 당뇨 등의 질병으로 인해 운행 도중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나타나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일을 막기 위한 활동이다.

● 4년 만에 교통 위반 20분의 1로 감소

현대차는 1998년 인도에 진출했다. 20여 년간 여러 가지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지만 최근에는 운전자 건강과 함께 ‘안전 운전’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첸나이 공장 등에서 좋은 차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운전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해야 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인도 경찰국 집계 기준으로 연간 약 15만 명씩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악명 높은 교통 상황을 고려한 현지 맞춤형 사업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줄이는 일이다.

현대차는 현지의 열악한 교통 사정을 고려해 2019년부터 현지 경찰과 손잡고 이른바 ‘트로즈’라고도 불리는 교통 위반 감시 구역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첸나이 지역의 번화가 중 하나인 안나나가르 지역의 교차로 5곳에 카메라 61대를 설치한 것이다. 일종의 인공지능(AI) 카메라 기능도 포함돼 있다. 정지선을 어기거나 신호를 위반하면 곧바로 교통 당국에 자동으로 전달된다. 오토바이에 3인 이상이 탑승하거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 부적합 번호판을 사용한 경우 등은 교차로 인근의 ‘모니터링 센터’에서 사진 판독을 통해 잡아낸다. 타밀나두 경찰관 삭티벨 씨(47)는 “안나나가르 지역은 교차로 한 곳에서만 하루 10만 대의 차량이 오간다”며 “정지선을 안 지키거나 헬멧을 쓰지 않아 걸리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교통체증을 뚫고 과속하는 이도 종종 적발된다”고 말했다.

시스템 운영 효과는 어땠을까. 시범 운영 기간이었던 2019년 5개 교차로에서 하루 평균 9만 건가량 적발됐던 위반 사항이 올해는 하루 3700여 건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4년 만에 위반 건수가 95% 이상 감소한 것이다. 비제이 바스카르 현대차 인도법인 대외협력팀장(45)은 “타밀나두주 정부가 다른 구역에도 같은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모으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교통 감시 시스템이다 보니 정부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앞선 2016년부터 인도의 유명 배우나 오피니언 리더 등을 동원한 ‘#더 나은 사람 되기’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명사가 영상에 출연해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 영상들의 누적 조회수는 현재 총 1억 회를 넘겼다.

홍순상 현대차 인도법인 CSV 어드바이저(책임매니저)는 “차를 만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다 보니 차량의 품질 안전과 함께 운전자의 안전과 건강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됐다”며 “인도에서 가장 골치 아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도 있지만, 차만 파는 게 아니라 운전자까지도 존중하는 기업 이미지가 덤으로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첸나이=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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