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한국영화의 현주소와 ‘천만 관객’의 의미
지난 1일, 영화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5월31일 개봉한 ‘범죄도시 3’(이상용 감독)가 3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천만을 돌파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작년에 개봉해 1천269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2편에 이어 연달아 ‘천만 관객’을 달성한 작품으로 등극했고, ‘범죄도시’ 시리즈는 2017년에 개봉해 688만여명을 동원한 1편까지 합쳐 총 3천만명 이상의 흥행 기록을 목전에 두게 됐다. 이로써 ‘범죄도시 3’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 이후 한국영화로는 역대 스물 한 번째로 ‘천만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편과 더불어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2017, 2018) 연작을 잇는 역대 두 번째 ‘쌍 천만’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100년 이상의 한국영화 역사에서 고작 20편 정도, 외화까지 합치더라도 총 30편만이 그 경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상기하건대, 관객 동원 수 ‘천만’이라는 숫자가 희소가치를 지닌 흥행 성공의 공인된 지표로 인식돼 왔음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것이 영화 투자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산업 구조를 왜곡시켜 다양한 작품의 출현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천만 관객’이라는 프레임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표출되기도 했다.
‘범죄도시 3’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한 유명 평론가의 별점 논란을 통해 작품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었고, 2천352개라는 엄청난 수의 상영관이 확보됨으로써 ‘스크린 독점’의 모양새도 반복적으로 취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 3’의 ‘천만 영화’ 클럽 가입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비판적이기보다는 대체로 우호적인 듯하다.
그 배경에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영화 산업의 위태로운 현실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상영관의 한국영화 총 관객은 1천163만 여명, 총 수입은 1천183여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각각 24.8%와 29.9%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정 부분 유지돼 있던 지난해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였다. 특히 한국영화 점유율에 있어서는 2019년 54.3%, 2022년 44.5%였던 것이 26.5%로 급감함으로써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영화인들은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의 회생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들 또한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그 와중에 ‘범죄도시 3’가 관객 동원 수 ‘천만’을 찍은 것인데, 이를 계기로 침체에 빠져 있던 영화계에 분위기 쇄신에 필요한 제작 동기가 부여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부작 시리즈로 기획된 상태에서 관객 수 180만 여명을 손익 분기점으로 둔 135억 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아울러 유사한 패턴의 내러티브 위에서 ‘마동석 표’ 액션과 코믹을 흥행 코드로 내세운 상업적 장르 영화의 성공 사례가 일차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범죄도시 3’를 통해, 비록 뛰어난 작품성과 막대한 자본력이 동반돼 있지 않더라도 나름의 기획 전략을 바탕으로 독특한 영화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음이 재차 확인되었다. 2023년 절반이 지난 한국영화의 현주소 하에서 ‘천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지니는 기본적 의미는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의 영역에 위치한 것일는지 모른다. 여전히 명과 암이 공존하고는 있으나, 어느 때보다도 ‘천만 관객’이 선사하는 자극과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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