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의원들의 ‘옥중 비즈니스’
국회 의원회관 621호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실 문은 늘 잠겨 있다. 안에는 사무실 집기가 그대로 있고 불도 켜 있지만 출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 의원이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올 초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1년 3개월째 수감 중이기 때문이다. 의원이 없으니 의원을 수행하는 보좌진도 국회에 나올 일이 없다.
정 의원은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지만 현행법상 대법원의 형 확정 때까지 의원 세비를 그대로 받는다. 그렇게 지금까지 매달 1300만원씩 구치소에서만 2억원의 세비를 받아 갔다. ‘구속 수당’이 따로 없다. 정 의원의 보좌관과 비서관 5~6명도 의원 없는 의원실에 적만 둔 채 국민 세금으로 매달 수천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300명의 의원실 중 가장 편한 방일 것이다.
정 의원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주장하며 지금도 지역구(경기 용인시갑) 사무실에서 보좌진이 지역 민원을 듣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용인시 처인구 주민들은 “차라리 의원직 사퇴라도 해주면 재·보궐 선거를 해서 다른 일꾼이라도 뽑지 않느냐” “이런 사람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라니 창피하다”는 반응이 많다.
지역구 의원이 구치소에 있는데 지역 민원 청취가 무슨 의미가 있나. 정 의원이 구치소에서 ‘무죄 추정 원칙’을 내세우며 세비를 타가는 동안, 처인구 주민 26만명의 민의는 15개월째 국회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정 의원이 대법원에서 의원직이 박탈될 때까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제도를 도입하자”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동 서약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조차 빈말에 가깝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작 자당 소속 정 의원이 1년 넘게 구치소에서 ‘구속 수당’을 타가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흔한 ‘꼼수 탈당’이나 윤리위 징계 논의조차 전무했다.
앞서 각종 위법 행위로 구속된 민주당 이상직·정정순 의원의 ‘구속 수당’을 방조했던 민주당 역시 1·2심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내년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최근 공천룰까지 바꿨다. 이 때문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언제라도 법정구속 가능성이 있는 조국 전 장관 같은 인사들도 내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22대 국회에서는 임기 중 구속되는 의원이 더 많아질 것이다. 국회에는 ‘무노동 무임금’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여야 의원들은 ‘세비 삭감’처럼 자신들의 이권이 걸린 문제만큼은 협치 카르텔을 만들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법안 논의를 뭉개왔다. ‘구속 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만한 ‘옥중 비즈니스’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의원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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