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91] 어떤 비부(鄙婦)
‘논어’ 술이편에서 공자는 수제자 안회(顔回)를 평해 이렇게 말했다. “임금이 써주면 나아가 도리를 행하고 임금이 버리면 도리를 마음속에 담아두고서 숨어 지낼 줄 아는 것을 오직 너하고 나만이 갖고 있구나!”
공자는 또 위(衛)나라 사람 거백옥(蘧伯玉)을 평해 이렇게 말했다. “군자도다! 거백옥이여, 나라에 도리가 있을 때는 벼슬했고 나라에 도리가 없을 때는 (도리를) 거두고서 품어 간직할 줄 알았도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공직에 대한 진퇴론(進退論)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는 늘 자기 덕을 닦는 진덕자(進德者)라야 가능하다. 그런데 덕을 닦지도 않으면서 나아가려고만 하는 호진자(好進者)가 있다. 대부분 인사권자들은 진덕자보다는 호진자를 좋아한다. 자기 비위를 잘 맞추고 자기 뜻에 늘 영합하기 때문이다. 이미 공자는 이런 부류에 대해 비부(鄙夫), 즉 마음씨가 추하고 더러운 사내라고 하여 강하게 비판한다.
“비부(鄙夫)와 함께 임금을 섬기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얻기 전에는 그것을 얻어 보려고 걱정하고, 얻고 나서는 그것을 잃을까 걱정한다. 정말로 잃을 것을 걱정할 경우에는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못 하는 짓이 없을 것이다.”
송나라 근재지(靳裁之)라는 사람은 선비를 3등급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도리에 뜻을 둔 자는 공명(功名)이 그 마음을 얽맬 수 없고, 공명에 뜻을 둔 자는 부귀(富貴)가 그 마음을 얽맬 수 없고, 부귀에만 뜻을 둘 뿐인 자는 못 하는 짓이 없다.’ ‘못 하는 짓이 없는 사람’을 실마리로 보자면 부귀에만 뜻을 둘 뿐인 자가 바로 공자가 말한 비부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로 잃고 나면 임금에게 덤비는” 한 전직 법무장관의 목불인견(目不忍見)을 목격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장관을 맡긴 전직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도 문제였지만 이 비부(鄙婦) 심보는 참으로 ‘악랄(惡辣)’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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