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안민석이 묻는 이상한 차관 자격
객관성도 시점도 안 맞는 비난
張차관 “더 열심히” 답변, 눈길
딱히 의미를 담은 질문은 아니었다. 어색해 던져 본 잡담이었다. “권상우와의 만남은 재밌었습니까.” 옆자리 어머니가 자세를 고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게요, 우리 미란이가 한 말이 아니에요. 기자가 그냥 써서....” 베이징 올림픽 때 일이다. 장미란 선수가 권상우 팬이라고 보도됐다. 그 얘기를 어머니가 해명하려 한 것이다. 장미란 선수가 어머니 손을 잡아 말린다. “아니야 엄마. 덕분에 권상우씨도 만나 보고 잘됐지 뭐.”
2008년 짧은 추억이다. 인품 평하기엔 짧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장미란 평가는 그렇게 갔다. 중국 관중에게 ‘짜요’를 받고, 세계 신기록 금메달을 땄고, 은퇴 순간까지 부상 투혼을 불살랐고, 장미란 재단으로 후학을 육성했고, 자기계발에 힘써 체육 전문가가 된 장미란. 어떤 잡음도 없었다. 국민 사랑도 변함 없었다. 그가 엊그제 문체부 2차관이 됐다. 야당 평가는 인색했다. 안민석 의원 비판이 그중 세다. 그런데 기준이 이상하다.
“2019년 심석희 선수 미투와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으로 체육계가 떠들썩했을 때도 장 차관은 침묵했다.”(안 의원) 미투 가해자를 두둔했다면 이 지적이 맞다. 그게 아니다. ‘왜 말 안 했느냐’를 따진다. 말 안 했으니 차관 자격 없다는 논리다. 박지성,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 스포츠 스타는 많다. 그들도 거기에 남긴 워딩은 없다. 말 안 했으니 이들도 잘못된 건가. 앞으로 차관되면 자격 없다고 할 건가. 안 의원 말을 빌리자. ‘어불성설.’
안 의원의 ‘선악’ 구분도 자의적이다. 최숙현 선수는 참담했다. 체육계 고질이 빚은 참사였다. 이견 없다. 심석희 선수 사태는 다르다.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투’ 피해는 분명하다. 하지만 카톡으로 다른 잡음이 불거졌다.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 의혹도 나왔다. 동료 간 정도를 넘는 갈등도 터졌다. 동료 경기력 방해 논란까지 있었다. 심석희 본인이 사과했다. 공식 퇴촌 조치까지 있었다. 이런데 어떻게 차관 기준으로 말하나. 억지처럼 들린다.
“장 차관이 체육단체 통합, 학교 체육 정상화, 스포츠 클럽 육성, 체육계 비리 척결 등 한국 체육 개혁과 선진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은 아쉽게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안 의원) 체육단체 통합은 행정 선택의 문제다. 찬성도 일리 있고, 반대도 일리 있다. 명제가 아니니 기준이 될 수 없다. 학교 체육 정상화 노력 지적은 또 어떤가. 2010년 전반에 시작된 논의다. 장미란은 2013년에 은퇴했다. 비난 받을 기간도 비난 받을 역할도 없었다.
공교로운 일이 있다. 안 의원이 지적하는 게 다 그의 치적이다. 선수 미투, 훈련 폭행, 안 의원이 관심 많았다. 체육단체 통합, 안 의원이 주도했다. 학교 체육 정상화, 안 의원 관심사다. 짧은 글을 채운 게 대부분이 그의 치적들이다. ‘너 모르는 일, 내가 다 했다’다.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래 보인다. 안 의원은 이렇게 썼다. “스포츠 영웅들이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불행한 일.” 누리꾼이 이렇게 받았다. “그 소비 주체가 안 의원 본인이네요.”
첫 출근길에 기자가 물었다. ‘불편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안 의원 지적에 대한 질문이다. 장 차관이 차분하게 답했다. “염려해 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 이상으로 부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쾌했을 독설에 보낸 공손한 존중이다. 논쟁은 사그라들었다. 언론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쓴소리도 경청하는 태도, 공복이 갖춰야 할 자격이다. 다선 정치인의 자격 없는 비난에 초년 체육인 차관은 자격 있게 증명하고 들어갔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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