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찾아온 여름 영화 大戰… 배우·장르가 승부 가른다
올여름 극장가 혈투는 달, 바다, 중동, 아파트에서 벌어진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본격적으로 열린 여름 영화 시장에서 CJ·롯데·쇼박스·NEW 등 국내 4대 배급사가 대작으로 맞붙는다. 최근 표값이 1만5000원대로 오르면서 관객의 간택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대작 4편은 제작비 150억~280억원을 들여 볼거리에 힘을 줬다.
CJ 또 우나… SF ‘더 문’ 흥행 관심
내주 시사회를 시작으로 불붙을 여름 전장(戰場)에 ‘더 문’(감독 김용화, 설경구·김희애·도경수, 배급 CJ ENM),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하정우·주지훈, 쇼박스), ‘밀수’(감독 류승완, 배우 김혜수·염정아·조인성, NEW),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이병헌·박서준·박보영,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이 나선다. 내달 2일 개봉하는 제작비 280억원 ‘더 문’은 CJ의 야심작이다. 2029년 달 뒷면에 홀로 남겨진 대원을 구하러 전임 우주센터장과 NASA 디렉터가 나선다. 우주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4K 화질에 최첨단 음향 기술을 넣어 달 공간을 구현했다. CJ에 작년 여름은 잔인했다. 영화 ‘도둑들’ ‘암살’의 ‘쌍천만’ 감독인 최동훈이 만든 ‘외계+인’은 제작비 360억원에 손익분기점이 730만명이었으나 성적은 154만명에 그쳤다. ‘더 문’의 손익분기점은 600만명(추정). 그 이상이 찾지 않으면 CJ는 또 울어야 한다. ‘한국 SF는 안 먹힌다’는 공식이 깨질지도 관심이다. ‘신과 함께’ 2편을 모두 천만 영화에 올린 김용화 감독은 6일 “ ‘신과 함께’도 개봉 전에는 판타지 영화라 안 된다고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며 “‘더 문’으로 한국 SF도 잘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 문’과 같은 날 개봉해 정면 승부를 벌일 ‘비공식작전’에선 동료를 구하러 레바논으로 찾아간 외교관이 택시기사와 함께 추격전에 휩쓸린다. 영화의 70% 분량을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촬영했다. 차량 추격과 총격 액션이 이어진다. 김성훈 감독은 “시원한 풍광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액션을 찍으려 했다”고 했다. 강한 기시감은 어쩔 수 없다. ‘신과 함께’에서 두 번이나 봤던 하정우·주지훈이 또 같이 나온다. 배경을 보면 영화 ‘모가디슈’ ‘교섭’이 떠오른다. 영화사 측에서는 “원래 아는 맛이 잘 만들면 더 끌리는 법”이라며 익숙한 재미의 강점을 내세운다. ‘밀수’는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이 밀수판에 뛰어들며 범죄 액션이 펼쳐진다. 실제 바다와 6m 깊이 대형 수조 세트를 오가며 촬영했다. 영화 ‘도둑들’에서 수중 촬영을 하다 공황 증상을 겪었던 김혜수와 수영을 못하던 염정아가 억척스러운 해녀들의 수중 액션을 완성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선 대지진 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가 주민들과 뭉쳐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다. 미술팀이 실제 건물을 짓듯이 3층짜리 아파트 세트장을 제작했다. 엄태화 감독은 “아파트라는 공간이 또 하나의 캐릭터라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했다. 이병헌은 “이번 영화는 규모가 굉장히 크고, 압도적인 장면이 많다”며 “극장에서 보는 것과 TV로 보는 것은 큰 차이”라고 했다.
보고 싶은 작품 ‘밀수’ 1위
네 작품의 기상도를 본지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프로에 의뢰해 알아봤다. 지난 3~4일 전국 20~60대 남녀 3023명이 응답했다. ‘4편 중 한 편만 본다면 어느 작품을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1위는 ‘밀수’였다. 2~4위는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순이었다 . ‘밀수’는 나이대에 상관없이 30% 이상을 득표해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에서 1위였다. 특히 40대 응답자의 36.8%가 ‘밀수’를 선택했다. 비교적 SF 장르에 익숙한 20대에선 ‘더 문’이 30.8%를 득표하며 ‘밀수’(32.2%)를 바짝 쫓았다. ‘비공식작전’은 2030 세대보다 5060 세대의 선호도가 높았다. 20대에선 6.3%, 30대에선 12.9%로 낮은 득표율을 보였으나 50대에선 21.6%, 60대에선 20.5%를 차지했다. 반대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대에선 30.7%로 선방했으나, 60대에선 17.2%로 낮아졌다.
응답자의 호불호를 보면, 좋을 때는 배우 때문에, 싫을 땐 장르 때문에 갈렸다.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이유’(주관식)에 대한 응답에 “배우가 좋아서”가 4편 모두 공통된 이유로 꼽혔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병헌이 나와서”라는 답이 압도적이었다. 끌리지 않는 경우는 장르가 큰 벽이었다. ‘더 문’은 “한국 SF는 잘되는 걸 본 적이 없다” “우주 배경은 흥미가 없다” “SF는 싫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은 그만 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신파일 것 같다”는 답도 있었다. 4편 중 유일하게 “제목 때문에 보기 싫다”는 응답도 나왔다. “콘크리트라는 단어만 들어도 답답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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