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갑자기 제 아내와 아이가 죽었다고요?”
아이 심박동 먼저 멈추고 엄마도… 남편은 꼼짝 않고 대기실서 며칠째
어떤 상실은 他人이 이해 못해… 당신은 무엇인가 잃어본 적 있습니까
의식이 없는 삼십 대 여성이 응급실로 왔다. 호흡이 가빠서 간신히 숨을 들이켰다 내뱉고 있었다. 구급 대원은 환자가 19주의 임신부라고 했다. 새벽에 자고 있던 남편이 기척이 이상해서 가보니 화장실에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두 동공은 커다랗고 비대칭이었으며 불빛에 반응이 없었다. 전형적 뇌출혈이었다. CT상에서는 모든 뇌를 짓누를 정도의 커다란 뇌출혈이 발견되었다. 집중 치료실로 돌아오자 환자의 숨이 멎었다. 출혈량이 너무 많아 뇌 기능이 유지될 수 없었다. 심폐 소생술을 시행한 끝에 환자의 맥박이 돌아왔다. 하지만 호흡도, 다른 어떤 생체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뇌사가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뇌출혈이 너무 커다랗게 뇌를 잠식하고 있었다.
대기실에는 환자를 발견한 남편이 앉아 있었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갑자기 뇌출혈이 발생했습니다. 뇌 손상이 심해 심정지가 왔습니다. 간신히 심장이 돌아왔지만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태아를 분만하기에도 너무 적은 주수이고 이미 모체 심정지의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중환자실에서 지켜보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남편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짧게 물었다. “갑자기 제 아내와 아이가 죽었다고요?” “아직은 돌아가시지 않았지만 너무, 뇌출혈이 큽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는 마치 이런 소식에 적절한 반응이 어떤 것인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신경외과 의사는 즉시 응급실로 내려와 CT를 열어놓고 절망적 사실을 나열했다. “수술은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태아도 거의 가망이 없을 겁니다.” 일방적으로 듣고 있는 남편의 어깨가 굽어 보였다. 환자는 곧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한 사람도 아닌 두 사람의 망실(亡失)로 응급실 새벽을 보냈다. 마침 담당 환자가 있어 아침 회진 때 중환자실에 갔다. 환자의 남편이 우두커니 대기실 구석에 앉아있었다. 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남편은 같은 자리에 앉거나 누워 있었다. 새벽에 아내를 발견한 옷차림과 급하게 꿰어 신은 슬리퍼가 그대로였다. 다만 조금씩 수염이 자라고 조금씩 더 수척해졌다. 잠시 집에 다녀올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벽 너머에 자신의 모든 것이 있으므로 굳이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응급실에서 한 짧은 대화가 겹쳐 괜히 그를 볼 때마다 몸이 움츠러들었다.
매일 출근하자마자 환자 상태부터 확인했다. 태아를 확인한 산부인과는 아이의 심박동이 없어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환자에게선 뇌사를 의미하는 뇌파가 확인되었다. 아직도 남편은 하루 두 차례 면회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곧 병원에 소문이 돌았다. 부부는 바로 전주에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딸이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가 무엇인가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가끔 그가 숨 쉬는 일도 잊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가 말을 아꼈다. “선생님. 그분 아직도 거기 계신대요.” “벌써 며칠째인지요. 건강 상하시면 안 될 텐데.” 내가 맡은 중환자실 환자 옆에 그의 아내가 있었다. 아내는 점점 더 사망에 가까워져 갔고 남편은 벽 너머를 지키고 있었다. 모든 존재를 벽 안에 두고 온 사람처럼.
나는 매일 그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고 지나쳤다. 그리고 세상이 갑자기 온통 어두워지는 상상을 했다. 무엇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유무형 재산일 수 있고 가족의 생명일 수도 있고 본인의 신체 일부나 목숨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둠을 상상하며 적어도 나는 무엇인가를 잃어본 적이 없다는 것과, 어떤 종류의 상실은 영영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바깥 영역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간을 허물어버리는 절망적 상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끔찍하게 슬프고 두려운 일이 존재한다고 언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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