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전부 나였다
네 덕 내 탓. 내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좋게 보면 겸손하다는 뜻이겠지만, 사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두텁지 못해 우왕좌왕할 때가 많다는 얘기다. 나는 어떤 성공을 거뒀을 때 그 공을 자력이 아니라 타인의 덕이나 운에 돌리는 경우가 잦다. 반대로 실패 앞에서는 온전히 내 탓을 하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러다 보니 잘못을 저지르는 나, 실수하는 나, 손가락질받을 만한 나를 일상에서 자주 마주친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만을 나라고 느낀다면 깊이 낙망하게 되어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다.
이때 내가 권하고 싶은 방법은 나를 나누어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 안에는 엉망인 자신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단 한 명으로만 굳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삶이 지나치게 팍팍해진다. 나는 이 교훈을 어떤 소설에서 배웠다. 최진영의 ‘내가 되는 꿈’은 삶에 지친 어른 태희가 10대 때의 자신과 편지를 주고받게 되면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스스로가 너무 못마땅해서 끈적끈적하고 희뿌연 기분에 잠겨 버릴 때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와 공존한다고 생각”하면서 힘을 냈었고, 그 경험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우리 안에는 지친 나에게 손을 내밀고,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괜찮다고 다독이는 자신도 있다.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면 나의 어떤 부분이 잠시 망가졌을 수는 있지만, 그걸 바로잡는 힘 역시도 내 안에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언젠가 무너져 내리는 도시에서 한 번도 몰아본 적 없었던 차를 타고 도망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당연히 운전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어떻게든 안전한 곳에 도달하여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악몽에 시달렸다고 말한 내게, 엄마는 오히려 좋은 꿈이 아니냐고 말해주었다. 내가 모든 일을 직접 해결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주저앉은 나를 일으키고,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 안도의 눈물까지도 다 지켜봐 준 사람이 전부 나였다.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 거야. 꿈이 알려주려던 건 바로 그게 아니었을까. 결국 우리의 삶이란 곧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나’들’에게 기대어 험난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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