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붉은 까마귀

남궁창성 2023. 7. 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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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는 "삐약", 송아지는 "음메", 참새는 "짹짹", 강아지는 "멍멍", 오리는 "꽥꽥"이다.

오리의 "꽥"은 영어에서도 "꽥"이다.

오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영어 'quack'은 '돌팔이'라는 의미도 있다.

뜬금없이 오리 소리를 흉내 내고 돌팔이를 거론하며 연암의 글까지 인용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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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는 “삐약”, 송아지는 “음메”, 참새는 “짹짹”, 강아지는 “멍멍”, 오리는 “꽥꽥”이다. 어린이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의성어다. 오리의 “꽥”은 영어에서도 “꽥”이다. 오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영어 ‘quack’은 ‘돌팔이’라는 의미도 있다.

‘통달한 사람(達士)은 괴이한 것이 없다. 속인(俗人)은 의심스러운 것이 많다. 본 것이 적으니 괴이한 것도 많다. 본 것이 적은 사람은 백로를 보고 까마귀를 비웃는다. 사물은 괴이할 것이 없건만 자기가 공연히 화를 내고 한 가지만 같지 않아도 만물을 온통 의심한다. 까마귀를 보면 깃털이 그보다 더 검은 것은 없다. 그러다 해가 비치면 자줏빛이 되고 어른어른하더니 비췻빛도 된다. 붉은 까마귀 혹은 푸른 까마귀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본디 정해진 빛이 없는데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린다. 어찌 눈으로 정하는 것뿐인가. 보지 않고도 마음으로 미리 정해 버린다.’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년) 선생의 글 능양시집서(菱洋詩集序)에 나오는 일부다. 능양 박종선(朴宗善·1759~1819년)은 연암의 조카다. 충주와 음성에서 관리와 문인으로 활동했다. 연암 사단의 일원인 간서치 이덕무와 초정 박제가의 벗이다. 그가 ‘능양시집’을 내고 서문을 청하자 연암이 ‘능양시집서’를 썼다. 연암은 그에 대해 “시에 능한 동방의 우뚝한 대가”라고 평했다. ‘능양시집’은 200년 가까이 역사에 묻혀 있다 2013년 다시 빛을 봤다. 성균관대가 2017년 영인본으로 출간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뜬금없이 오리 소리를 흉내 내고 돌팔이를 거론하며 연암의 글까지 인용한 이유가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괴담도 칼춤을 추고 있다. 점입가경. 과학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을 향해 돌팔이라는 낙인찍기도 기승이다. 온 세상이 거짓이니 귀동냥하는 글쟁이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옛글을 빌려 생각을 전할 뿐이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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