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크기 DNA로 종이접기…”질병 진단·나노 로봇에 활용”

이종현 기자 2023. 7.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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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종이접기로 학이나 비행기 정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도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종이접기의 원리에 착안해 하나의 구조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거나 펼 수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 나노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문제는 나노 크기의 DNA 구조체를 원하는 형태로 변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의 특정 부분을 접거나 펼 수 있는 DNA 가닥을 넣어주면 마치 종이접기를 하듯이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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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계공학부 김도년 교수 연구팀
네이처 표지논문에 게재…“다기능성 나노구조체 목표”
김도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나노 크기의 DNA를 종이접기처럼 변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표지에 실렸다./Nature

어린 시절 종이접기로 학이나 비행기 정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종이접기를 과학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우주항공이다. 접혀 있다가 한 번에 펼쳐져야 하는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은 종이접기의 원리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연구진이 종이접기를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크기 수준인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에서 구현했다. 김도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종이접기의 원리에 착안해 하나의 구조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거나 펼 수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 나노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표지 논문으로 이날 게재됐다.

질병과 관련된 마이크로 리보핵산(miRNA)에 따라 DNA가 다른 모양으로 접히도록 설계해 질병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향후 나노로봇 같은 나노바이오 분야에 큰 파급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기능성 나노구조체는 외부 자극에 따라 형상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약물전달이나 분자진단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DNA에 나노기술을 접목하면 DNA의 자기조립성질을 이용해 원하는 형상과 물성을 가지는 나노구조체를 정밀하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나노 크기의 DNA 구조체를 원하는 형태로 변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DNA 나노구조체에 경첩이나 관절과 같은 기계적인 요소를 도입해 변형시키는 수준까지만 가능했다.

종이접기 패턴 형태의 디엔에이(DNA) 와이어프레임 종이 나노구조체와 이 나노 구조체의 원하는 부분을 접어서 다양한 모양으로의 형상을 바꾸는 것을 보여주는 개념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도년 교수는 “기존 연구 결과는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상자가 열려서 안에 있는 물체가 나오는 수준의 간단한 메커니즘을 구현하는데 그쳤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 크기 단위에서 종이접기의 패턴에 따라 구조체를 배열하고 다양한 구조와 움직임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DNA를 이용해 어떻게 종이접기를 할 수 있을까.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여러 개의 짧은 단일가닥 DNA를 이용해 종이접기 패턴 형태의 2차원 격자 구조체를 만든다. 종이에 접을 금을 긋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이 구조체에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의 특정 부분을 접거나 펼 수 있는 DNA 가닥을 넣어주면 마치 종이접기를 하듯이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는 것이다.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는 자극의 종류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다. DNA나 RNA 같은 분자의 결합을 이용하거나 산성도(pH)나 자외선 같은 환경 변화를 통해서도 변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질병과 관련된 마이크로 RNA의 종류에 따라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가 다른 모양으로 접히도록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된 마이크로 RNA가 들어왔을 때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가 특정 방향으로 접히도록 하면 진단을 할 수 있다”며 “질병의 조기 진단이나 원인 검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나노센서나 약물 전달을 위한 나노로봇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보다 실용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도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종이접기 기술을 나노크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추후 3차원 구조체의 설계로 기술이 확장·개발된다면,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성 나노구조체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참고자료

Ns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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