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정치권 '막말' 인플레 속 국민은 없다

허주열 2023. 7.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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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극한의 막말 공방…'협치 실종' 넘어 '격멸의 대상'으로 보는 듯
외면받는 '민생', 정치 불신 커질수록 더 큰 관심 가져야

상대방을 정치 파트너가 아니라 격멸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여야의 '막말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의 정치, 막말 정치가 이뤄지는 가운데 민생은 외면받고 있다. /픽사베이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서 검찰개혁에 반대하면서 대통령이 됐다."(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6월 30일 발언)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해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중략) '불치병'에 걸린 것 같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7월 1일 발언)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을 수 없다."(임종성 민주당 의원 7월 1일 발언)

"민주당의 모습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적폐 1호'로 비칠 뿐…(중략) 공당이 아닌, '견광(狷狂)들만 모인 '광기 집단'이 되려는 것인가."(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7월 1일 발언)

여야가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넘어 상대방을 겨냥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쿠데타', '똥'이 나오고, '마약에 도취된 불치병 정당', '사라져야 할 적폐 1호' 등 상대방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격멸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날선 비방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막말 정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민주당은 4일 자당을 '마약에 도취된 것 같다'고 발언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같은 날 윤영찬 민주당 의원 제소로 맞대응했죠.

국민의힘은 다음 날(5일) "여당이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린다"는 발언을 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똥' 발언을 한 임종성 민주당 의원을 윤리위에 추가로 제소했습니다. 윤리위 제소 사유는 모두 '국회의원 품위 유지 의무(국회법 제25조) 위반'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윤리위 제소에 4일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이 다급하기는 정말 다급한가 보다. 제가 검수완박 악법 처리를 막았다고 작년에는 윤리위도 거치지 않고 저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해 일방적으로 징계한다고 설치더니, 이번엔 제가 '바른말'을 했다고 윤리위에 회부한다고 한다. 참 가지가지 한다. 역시 괴담 마약의 중독성이 독하긴 독한 모양이다. 대통령 후보까지 하셨다는 분의 행동치고는 정말 민망하고 좀스럽기 그지없다"고 재차 민주당을 향한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다음 날에도 김 대표는 울산시청에서 열린 '울산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약 도취' 발언에 대해 "사람을 파괴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에 도박도 있고 마약도 있다"며 "중독되면 본인은 중독된 것을 모른다. 주변에서 중독됐다고 가르쳐 줘서 하루빨리 깨닫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된 것 같다'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오른쪽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새롬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협치 실종'에서 나아가 상대방을 없애야 할 적으로 보는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진영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피로감을 높이는 '나쁜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비생산적인 여야의 대립 속 민생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 지도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해 8월 31일 "국민우선 민생제일이라는 기조 아래 실용적 민생 개혁을 과제로 삼겠다"면서 22개 민생입법과제를 선정해 공개했습니다.

이 중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 '납품단가연동제법', '보이스피싱방지법' 3개 정도입니다.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없던 일이 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야당이 단독으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조만간 국회 문턱을 넘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확실한 상황입니다.

△서민주거안정법 △기초연금확대법 △최소주거보장법 △장애인국가책임제법 △반값교통비지원법 △출산보육수당확대법 △청년구직활동지원법 △청소년자립지원법 △학자금부담완화법 △온전한손실보장법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법 △금리폭리방지법 △타투합법화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글로벌콘텐츠무임승차근절법 등은 현재와 같은 국회 상황에서 언제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1일 약자, 민생, 미래를 위한 100대 입법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반도체특별법', '납품단가연동제법', '미래인재양성법', '함께 잘 사는 농촌법', '재난 예방·대응법', '스토킹범죄처벌법' 정도입니다. 윤 대통령이 연초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한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개혁)과제도 국회 입법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여야 대치 상황에선 요원합니다.

지금의 막말 정치도 문제이지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향한 막말 공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정치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 정치는 민생과 더 멀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중도, 무당층이 정치를 외면하면 여야는 자신들에게 표를 주는 핵심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답답한 정치, 이럴 때일수록 더 큰 관심과 지적이 필요해 보입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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