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전자 궤적 야구변화구처럼 제어...한국 연구진 세계 최초 시현 성공

안수연 기자 2023. 7.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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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경금속에서 전자 궤적을 휘도록 제어하는 '궤도 홀 효과'를 세계 최초로 시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경민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이현우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경금속 내부에서 전자 궤적을 야구 변화구처럼 휘도록 제어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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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황금색 구)는 원자핵(파란색 구) 주변을 어느 방향으로 공전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궤도 각운동량을 가진다. 궤도 각운동량 방향에 따라서 전자의 궤적이 휘는 현상을 궤도 홀 효과라고 한다. 이 궤도 홀 효과는 전자소자에서 전자의 궤적을 제어하는 원리를 제공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내 연구팀이 경금속에서 전자 궤적을 휘도록 제어하는 ‘궤도 홀 효과’를 세계 최초로 시현했다. 미래 전자소자의 에너지 효율과 속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경민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이현우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경금속 내부에서 전자 궤적을 야구 변화구처럼 휘도록 제어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야구 투수가 빠른 공과 느린 공, 직구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 승률이 향상되는 것처럼 고체 내부에서도 전자의 궤적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으면 전자소자의 성능이 향상될 수 있다. 현재까지 전자의 궤적을 제어하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다. 자기장을 사용하는 방법은 제어가 어렵고 집적도가 높은 전자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낮은 전력을 사용해 개별적으로 전자의 궤적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기존에도 스핀 각운동량(전자의 자발적인 양자 각운동량)을 이용하면 전자 궤적을 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스핀 홀 효과’라는 이름으로 보고됐으나 이 효과는 원자번호가 큰 중금속에서만 발현한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타이타늄(Ti) 금속에서 전자의 스핀이 아닌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궤도 각운동량(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공전함으로 발생하는 각운동량)을 이용해 전자 궤적을 휘게 만드는 '궤도 홀 효과'를 세계 최초로 시현했다. 궤도 홀 효과는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에 의해 전자의 궤적이 휘는 현상으로 투수가 던진 공의 회전 때문에 야구공의 궤적이 휘는 현상과 유사하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고체 내부에 있는 전자가 궤도 각운동량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간주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체에서 전기장을 걸어주는 간단한 방법으로 고체 내부 전자가 궤도 각운동량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궤도 홀 효과를 중금속이 아닌 원자번호가 작은 경금속에서도 최초로 시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자들은 전기장으로 인한 전자의 수 변화만 활용하지만, 미래 전자소자로 개발 중인 자성메모리(MRAM)는 전자의 각운동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번에 규명한 성질을 활용하면 에너지 효율 및 속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수연 기자 yo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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