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윤 대통령한테 마동석이 보인다

김순덕 대기자 2023. 7. 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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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동석 같은 정의감-막강파워
‘법과 원칙’ 강조하는 대통령과 닮았다
‘범죄도시3’에선 견제할 반장이 사라져
초유의 차관내각 “NO” 하는 참모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3.07.03.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어퍼컷 세리머니를 할 때 알아봤어야 했다. 영화 ‘범죄도시3’에서 복싱을 가미한 맨주먹으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마동석과 공통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대한민국 경찰 마석도 역의 마동석은 첫째, 불타는 정의감과 막강 파워를 온몸으로 내뿜는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마동석이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하며 끝까지 맨손으로 빌런을 때려잡듯, 검찰 시절 윤 대통령은 정권과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국정농단 수사로 국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그가 2021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특히 분노를 터뜨린 건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이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채 먹이사슬을 구축해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는 거다.

전임 정권 시절, 86그룹과 연계된 좌파 네트워크는 굶어 죽은 귀신처럼 온갖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은 물론 태양광 같은 신사업까지 만들어 국민 혈세를 폭풍 흡입해왔다. 이들 이권 카르텔에는 “넌 그냥 좀 맞아야 돼” 같은 마동석 대사로도 부족할 판이다. 윤 대통령도 4일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이권 카르텔 혁파를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 모독죄로 걸릴까 걱정스럽지만 표현의 자유를 믿고 감히 쓰자면 둘째, 마동석이 입에 달고 사는 비속어와 과도한 남성성도 윤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마동석처럼 핵주먹을 휘두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손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정기관들은 핵주먹을 능가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윤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을 지적한 지 하루 만에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이 수사에 나선 건 무시무시하다. 국세청이 즉각 유명 입시학원에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도 모자라 “애들만 불쌍하지…” 한마디 한 일타강사까지 세무조사를 때리는 건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도 마동석은 엉뚱한 악한을 때려잡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잡아야 할 상대는 “학원에서 다 배웠지?” 하고 넘어가는 안일하고 무능한 학교 교사들이다. 그런 공교육을 감독하지 못한 교육부보다 벤처마인드로 인강 등 학생 수요에 부응한 사교육이 더 큰 죄를 지었다고 할 순 없다. 영화에선 편집이라도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잘못 휘두른 ‘민중의 몽둥이’는 어쩔 것인가.

세 번째 공통점은 그 막강 파워를 절제하지 못한다는 거다. 1, 2편에서 상관이자 친구였던 강력반장이 3편에서 사라지면서 마동석에게 “하지 마” 견제할 사람이 없어졌다. 조폭 보스들을 불러다 강제 화해를 시키는 등 나름의 인내심을 보일 줄 알던 마동석 캐릭터도 달라졌다.

윤 대통령 역시 편한 사람들만 주변에 둔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국제민주주의와 선거지원연구소(IDEA) 국가별 평가에서 한국의 대의정부, 공정행정지수는 2021년과 22년이 동일했고 기본권과 시민참여지수는 소폭 상승한 반면 정부견제지수가 하락한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취임 후 첫 개각을 11개 부처에서 장관 아닌 차관만 12명 바꾸고 그것도 5명은 자기 비서관을 보내는 것은, 굳이 김종인 대선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말을 빌리지 않아도 ‘건국 이래 처음 있는 국정 운영’이다. 그래 놓고 대통령은 차관들에게 이권 카르텔과 맞서 싸우는 업무능력 평가를 당부했다. 장관 인사권을 박탈하고, 국무회의를 허수아비 회의로 만들며, 전임 정권의 ‘청와대 정부’ 뺨치는 ‘용궁체제’를 확인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옆에 “그건 아니다” 말할 수 있는 현인(賢人)이나 참모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런 개각,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우리는 반(反)카르텔 정부”라고 내세운 건 환영한다. 다만 그러려면 공기업에 전문성과 거리가 먼 측근을 낙하산으로 보내는 일은 그쳐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하다고 일컬어지는 ‘검찰 카르텔’은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만이 해체할 수 있을 것이다. 야권에서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는 ‘처가 카르텔’이란 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특별감찰관을 속히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혁파”를 말할 때 마동석 영화처럼 박수를 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영화와 현실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不敬)스러운 일이다. 경찰이 민중의 몽둥이일 수 없듯이, 대통령이 법과 원칙만 강조하다 ‘정치인 1호’로서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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