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문제는 혁신위가 아니다
이재명 체제선 역할에 태생적 한계
당 위기는 민심 외면한 지도부 책임
이 대표 결자해지로 쇄신 물꼬 터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달 6일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이번 (이래경) 사태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면서 이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발언 논란으로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지 9시간 만에 사퇴한 해프닝을 꼬집은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영향력이 막대하게 미치는 상황 속에서 당내 강성들도 득세하고 있고, 팬덤이 득실거리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온전하게 혁신위의 리더십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 대표 체제가 존속하는 한 민주당 혁신위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당내에선 “당 지도부의 그런 입장에 혁신위가 왜 가만히 있는지 의아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첫 혁신안이 거부됐으면 김 위원장이 직을 걸고라도 항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일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혁신위원장이 당 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는다고 해도 지도부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역사적으로 혁신위가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혁신위는 대부분 정치적 위기에 빠진 당 대표가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내세운 ‘총알받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은경 혁신위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불체포특권이나 꼼수 탈당 같은 게 민주당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혁신위가 왜 생겼나. 현 지도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꾸리기로 한 건 온갖 당내 비리와 갈등으로 민심이 등을 돌린 상황을 타개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거래 의혹, 팬덤정치 등이 혁신위 출범의 계기가 된 것이다. 혁신위가 이런 문제들의 원인 해결에 나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김은경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 없이 곁가지만 건드리는 건 태생적 한계 탓이다. 이 대표가 세운 혁신위가 이 대표와 그의 측근 등이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에 분명히 선을 긋고 근본적 반성과 획기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띄울 정도로 위기에 빠진 데는 이 대표 책임이 가장 크다. 이 대표가 결자해지하는 게 순리다. 당권을 쥔 채 ‘들러리 혁신위’를 내세워 달라지겠다는 시늉만 하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심산이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김은경 혁신위도 ‘용두사미’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라진 그 많은 혁신위에 이름을 추가할 뿐이다. 진짜 혁신이라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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