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중현]커지는 中 ‘인질경제’ 위험, ‘차이나 엑시트’ 준비 됐나

박중현 논설위원 2023. 7. 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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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적자 위기감이 고조되던 4월 말.

반도체를 들어내고 보니 대중 수출은 2013년부터 이미 꾸준히 줄고 있었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 확대는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이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역시 이런 이유에서 철저한 허구일 뿐이다.

미국, EU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요즘 중국 고위 당국자를 찾아 달콤한 말을 늘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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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끝나가는 ‘최대 수출시장 중국’ 효과
中의 한국제품 수입, 혜택 아닌 필요 때문
박중현 논설위원
대중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적자 위기감이 고조되던 4월 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내용의 리포트를 삼성증권이 내놨다. ‘2026년, 글로벌 1위 업계가 바뀐다’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26년 현대자동차·기아가 920만 대의 차를 팔아 세계 완성차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현대차그룹 순위는 세계 3위. 1974년 독자모델 포니를 내놓은 지 49년 만에 글로벌 빅3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불과 3년 뒤에는 세계 1위라니.

이유를 보면 웃음이 나지만 설득력은 충분하다. 작년 판매량 1위는 1048만 대인 일본 도요타그룹, 2위는 848만 대의 독일 폭스바겐그룹이었다. 둘은 중국 시장에서 각각 2위, 1위로 도요타는 230만 대, 폭스바겐은 330만 대를 작년에 팔았다. 그런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으로 두 기업의 2026년 중국 판매량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질 거란 예측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 연속 중국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1%대까지 하락했다. 더 떨어질 데는 없고 반등할 일만 남았다. 미국, 인도, 유럽연합(EU)에서도 약진하고 있어 시간은 현대차 편이다. 비자발적 중국 의존도 축소가 현대차그룹에 전화위복이 되는 셈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첫해를 빼고 30년간 흑자행진을 이어온 대중 무역수지는 한국인에게 한중 경제 관계에 대한 허상을 키웠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작년부터 침체되자 양국 교역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환상이 깨졌다. 반도체를 들어내고 보니 대중 수출은 2013년부터 이미 꾸준히 줄고 있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무역수지는 재작년부터 적자였다.

지난 6년여를 돌아보면 당연한 일이다. 경북 성주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온갖 훼방에 시달리다 중국 유통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을 평정했던 한국 게임업체들은 신규 판호(版號·서비스 허가)를 못 받아 멈춰 섰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한국 화장품은 중국 판매량 상위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중국 정부가 인정한 적 없는 ‘유령’ 한한령(限韓令)에 우리 기업이 고전하는 사이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졌다.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까지 몰아쳤다.

한층 강화된 중국의 반(反)간첩법이 이달 시행되면서 중국 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다. ‘국가기밀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간첩 행위로 규정한 법이다. 내용이 하도 모호해서 ‘걸면 다 걸린다’는 말이 나온다. 강화되기 전 법으로도 2014년 이후 지금까지 간첩 혐의로 체포, 구금된 일본의 기업인, 학자가 17명이다. 한국인은 처벌된 적이 없지만 언제 우리 기업이나 개인이 중국에서 ‘인질’로 잡혀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중국이 한국에서 사가는 제품은 중국 기업이 못 만드는 초격차 기술 제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축소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중국이 수입하는 건 중국이 한국에 ‘베푸는’ 혜택이 아니다. 해외에 팔 중국 제품을 생산하는 데 없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 확대는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이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역시 이런 이유에서 철저한 허구일 뿐이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겪은 고난은 결과적으로 ‘위장된 축복’이 돼가고 있다. 미국, EU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요즘 중국 고위 당국자를 찾아 달콤한 말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뒤로는 인도, 베트남, 일본, 한국으로 생산시설을 빼낸다. 한국 기업들도 ‘차이나 엑시트(Exit) 플랜’을 세워 대비해야 할 때다. 밖으로 소리 내 떠들지 않으면서 치밀하고도 빠르게.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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