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도 삼성 버렸나…9사사구 남발·실책 자멸·오재일 햄스트링 부상 악재까지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왜 최하위인지 증명하는 경기를 또 펼쳤다.
삼성은 5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4-7로 역전패했다. 4사구가 9개에 이를 정도로 마운드가 고전했고, 기록된 실책은 1개이나 실책성 플레이가 쏟아졌다. 4일 시리즈 첫 경기 패배와 패턴이 비슷했다. 이틀 연속 선취점으로 리드를 잡고도 순식간에 불펜이든, 수비든 순식간에 한 포인트에서 와르르 무너지면서 끝내 역전패했다. 어떻게 해도 안 풀리는 꼴찌 삼성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경기 같았다.
사실 삼성은 포항에서 3연전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다. 포항은 삼성에 '약속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기운이 좋은 곳이었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삼성의 포항 경기 성적은 40승18패1무로 승률이 무려 0.690에 이르렀다. 삼성은 지난 2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2-1로 신승한 기운을 포항까지 이어 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약속의 땅도 올해만큼은 삼성을 버린 듯했다. 삼성은 4일 경기에서 3-0으로 앞서다 7회초 양창섭과 이승현이 연달아 고전하는 바람에 3-3 동점을 허용했고, 베테랑 오승환이 연장 10회초 김재환에게 결승 투런포를 얻어맞으면서 3-5로 졌다. 무려 4시간 24분 동안 우중 혈투를 치렀는데, 연장까지 가서 졌으니 1패 이상의 내상이 생겼을 법했다.
삼성은 결국 5일 경기를 앞두고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강수를 뒀다. 포수 김태군을 KIA 타이거즈에 내주고, 내야수 류지혁을 받으면서 내야 보강을 노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했고, (변화를 위한) 동력이 필요해 (트레이드를) 빨리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단에 트레이드라는 작은 돌을 던져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강수가 통하나 싶었다. 3회말 1사 후에 김성윤과 김현준이 연달아 3루타를 치면서 1-0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김동진까지 좌전 적시타를 쳐 2-0으로 거리를 벌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집중력 부족이 순식간에 팀을 와르르 무너지게 했다. 4회초 선발투수 황동재가 2사 후에 양석환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로하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잠시 흔들리고 있었다. 황동재는 강승호에게 중견수 쪽 높이 뜨는 공을 유도했다. 야수들이 잘 처리해주면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중견수와 유격수, 2루수 사이로 타구가 떴고 이때 본인이 잡겠다고 확실히 콜플레이하는 선수가 없었다. 늦게나마 앞으로 달려나온 중견수 김현준이 팔을 뻗었는데 타구를 놓쳤다. 2사 이후라 누상에 주자들은 당연히 홈으로 전력 질주를 했고, 뜬공이 될 뻔했던 타구는 순식간에 동점 2타점 적시타가 됐다.
젊고 경험이 부족한 황동재는 이 플레이 하나로 와르르 무너졌다. 2사 2루에서 장승현과 김재호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놓였고, 정수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2-3으로 뒤집혔다.
이때 내준 분위기는 5회초까지 이어졌다. 2번째 투수로 나선 홍정우가 김재환-양의지-양석환까지 3타자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급하게 이재익으로 마운드를 다시 바꿨는데, 호세 로하스의 중전 적시타 강승호의 2타점 적시타가 연달아 터져 2-6까지 벌어졌다. 이때 두산으로 승기가 완전히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7회초에도 안 줘도 될 점수를 줬다. 2사 후에 장승현이 투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할 때였다. 투수 노건우가 포구할때부터 자세가 불안정했기에 굳이 1루로 던질 필요가 없었는데 억지로 던지다 악송구가 되면서 2사 2루가 됐다.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덕분에 두산 베테랑 김재호는 중전 적시타를 쳐 손쉽게 추가점을 뽑았다.
8회말에는 주장 오재일이 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오재일은 무사 1루에서 1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왼쪽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병살타를 막기 위해 전력질주했던 게 햄스트링 쪽에 무리가 갔다. 오재일은 대주자 강한울과 교체되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삼성 관계자는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교체됐다. 근육손상이 있어 보이고, 내일(6일) 검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재일의 부상 투혼 뒤에는 뒤늦게 반격의 불씨가 살아나긴 했다. 2사 1루에서 류지혁이 우중간 적시 2루타를 치면서 3-7로 쫓아가는 흐름을 만들었다. 이어 이성규가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쳐 4-7까지 좁히면서 잠잠했던 포항야구장의 분위기를 다시 뜨겁게 했다.
그러나 대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삼성은 이날 패배로 포항 경기 20패(40승1무)를 채웠다. 약속의 땅에서 반등을 노렸던 삼성은 루징 시리즈를 확정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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