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지원사격, ‘반도체협의체’ 추진… 김동연, 인도 일정 마무리
인도 통신부 장관 만나 어려움 전달
토목·물류 등 한국기업 애로사항↑
인도와 ‘반도체실무협의체’ 추진
삼성노이다연구소에서 ‘혁신’ 공감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으로 알려진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디지털콘텐츠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유의미하게 매출을 내는 게임 개발사입니다. 이곳에 온 지 2년 정도 됐는데,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사무소가 있습니다. ‘배그’가 인도에선 과거 한국의 스타크래프트처럼 인기가 있지만 중국-인도 분쟁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10개월간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대주주는 한국인이지만, 투자사 가운데 중국 텐센트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죠. 2018 모바일 버전으로 텐센트를 거쳐 퍼블리싱된 까닭도 있습니다. 중국 지분이 더 많은 미국회사 등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유독 한국회사를 차별하는 것 같습니다.”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 법인장)
이날 오후 김 지사가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전자정보기술·통신·철도부(겸직) 장관과 피유시 고얄 상공·섬유·소비자식품유통부(겸직) 장관을 잇달아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달라는 요구였다.
한 토목엔지니어링 업체 관계자는 “인도에 진출해 정부 관련 인프라 사업을 하는데 불합리한 요구가 있더라도 수용해야 하고, 계약서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다른 한국인 사업가는 “인도 정부가 처음 약속한 인센티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수출 빙하기’ 타개와 교류협력 확대를 외치며 6박8일 일정의 인도·태국 방문길에 오른 김동연 지사가 ‘경제 해결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5일 인도 일정을 마무리한 김 지사는 닷새간의 일정 동안 쉼 없이 움직였다. 특히 경제부총리 출신답게 현지 한국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광범위한 인맥을 동원해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에는 크래프톤 외에 유신엔지니어링과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신한은행, 포스코 등 국내 유수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 지사는 4일 오후 인도의 유력 장관들과 잇달아 면담했다. 인도 연립정부 안에서 일정 지분을 가진 장관들을 만나 한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반도체 실무협의체’ 추진 등 경기도와 인도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데 합의했다.
그는 뉴델리의 인도 철도본부 청사에서 바이쉬나우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선 챗지피티(Chat-GPT)로 준비한 인사말을 통해 ‘경기도는 정보통신(IT)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두 주자”라고 소개했다.
이에 바이쉬나우 장관은 “경기도에 삼성, SK하이닉스와 같은 선도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도움받을 일이 앞으로 많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인도 정부와 경기도, 국내 대기업·반도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바이쉬나우 장관은 이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김 지사도 “(제가) 20년 전 대한민국의 25년 뒤를 바라보며 만든 ‘비전2030’이 있다”며 “당시 한국은 경제 발전과 별도로 사회시스템, 사회적자본 등이 부족해 양극화,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생겼다. 장관님이 넓은 시야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뉴델리의 인도 상공부 청사에선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상공부의 산업무역진흥청 사업으로) 10월 개장할 인도국제전시컨벤션센터(IICC)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컨벤션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道)를 대표하는 지사로서 인도와 협력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인도 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은 김 지사와 인도 간 오랜 인연이 뒷받침됐다. 김 지사는 2017년 경제부총리 시절 한·인도 재무장관회의에서 인도 재무부 장관을 만나 금융·교역 등 경제 협력을, 같은 해 마하라슈트라주 총리를 만나 국내기업 진출방안을 각각 논의했다. 도지사로서 올 3월에는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를 만나 인적 교류와 미래 신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쉬나우 장관의 경우 통신부와 철도부 등 3개 부를 겸직하는데, 오디샤주 상원의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이곳에서 수백 명이 숨진 인도 기차 사고와 관련해, 김 지사는 애도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같은 날 오후 김 지사는 인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를 방문해 젊은 직원들과 양국 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뉴델리에서 20㎞가량 떨어진 노이다 연구소는 지난해 2월 확장해 2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평균 연령이 27세로 혁신의 전초기지로 평가받는다.
인도 직원들은 “한국에 머물며 산업인프라가 몰린 경기도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고, 김 지사는 “경기도와 인도가 경제 협력, 수출, 투자, 인적 교류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친구 관계 맺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인도는 인텔,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를 다수 유치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경기도는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반도체의 성지’로 평가받는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3일 소냐 프라샤 인도전시산업협회장 등 현지 경제단체 대표 및 기업들인과 간담회를 열어 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부터 스마트 농업, 사회적 경제 분야까지 광범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그는 간담회 말미에 “(인도와) 믿음을 갖고 서로 배우자”며 간디가 ‘거룩한 책’으로 부르는 힌두 경전 바가바드 기타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뉴델리·노이다(인도)=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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