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정은]예술계 부는 AI 열풍 속 ‘인간 예술’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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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로 손꼽히는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는 매년 다른 악기로 콩쿠르가 치러진다.
국립발레단이 이달 1, 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피지컬 싱킹+AI'는 인간과 AI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제아무리 AI 등의 기술이 비집고 들어와도 예술의 감동은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진다.
AI 열풍 속 '인간 예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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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작곡가 앙드레 졸리베의 녹턴을 첫 곡으로 선보인 그는 일본인 피아니스트 소노다 나오코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서정적인 첼로 선율을 뽐내고 있었다. 사건은 연주가 시작되고 6분 34초 만에 발생했다. 종이 악보가 아닌 전자 악보를 사용하던 소노다의 태블릿PC가 갑자기 작동되지 않은 것. 악보를 외우지 못한 소노다는 당황했고, 태블릿PC 화면만 손가락으로 연신 두들겨댔다. 첼로와 피아노의 협연곡이지만, 20초간 피아노 선율은 정지 상태에 가까웠다. 이 사건은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모든 피아니스트의 악몽’이라 불린다.
이 해프닝이 다시 떠오른 건, 최근 문화계에 부는 인공지능(AI) 및 로봇 열풍을 바라보면서다. 국립발레단이 이달 1, 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피지컬 싱킹+AI’는 인간과 AI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이영철 지도위원은 챗GPT에 키워드를 주고 ‘한 사람의 인생과 AI의 탄생을 엮은 짧은 이야기를 써 달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이 위원이 작곡 및 안무 AI를 활용해 음악과 안무를 구성했다. 지난달 30일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에선 인간(지휘자 최수열)과 로봇(에버6)이 동시에 지휘자로 나섰다. 로봇은 무려 2곡을 단독 지휘했다. 놀라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함께 지휘에 나선 최 씨는 “로봇 지휘자가 시선 교환을 통한 단원들과의 소통 등에서는 인간을 능가하지 못함을 체감했다”고 고백했다.
앞서 언급했던 태블릿PC 전자 악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국내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처음 전자 악보를 사용한 건 피아니스트 손열음이다. 2011년 12월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무대에서 그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 4악장 악보를 태블릿PC에 담아 스스로 악보를 넘기며 연주해 화제가 됐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자 악보가 인기를 끌며 연주자 대신 악보를 대신 넘겨주는 사람, ‘페이지 터너’의 영역은 점점 좁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소노다가 전자 악보가 아닌 페이지 터너와 호흡을 맞췄다면 ‘모든 피아니스트의 악몽’과 같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제아무리 AI 등의 기술이 비집고 들어와도 예술의 감동은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진다. 연극 등 무대 예술에선 같은 캐릭터, 같은 대사를 연기해도 배우가 누구인지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연기의 맛’이 달라진다.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김광석(1964∼1996)의 ‘서른 즈음에’를 불러 화제가 됐지만, 원곡 가수가 만들어낸 감동은 끌어내지 못했다. 그게 바로 예술의 묘미다. 기계가 학습으로 인간의 감수성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AI 열풍 속 ‘인간 예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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