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INSIGHT]날개 돋친 듯 팔리는 日 재봉틀, 비결은?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2023. 7. 5. 23:33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에도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어 경제 성장이 한창이던 1960, 70년대 일본에는 집집마다 재봉틀이 한 대씩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가정용 재봉틀의 생산량은 1995년부터 2019년까지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지금은 연간 약 50만 대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쪼그라든 시장에서 히트 상품을 연발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1946년에 설립된 오사카의 재봉틀 제조사 ‘악스 야마자키(AXE YAMAZAKI)’다. 이 회사의 성공 사례는 수요가 침체된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품 개발의 실마리를 던진다.
악스 야마자키는 1990년대까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매출을 늘려 오다 OEM 업체가 연쇄적으로 문을 닫던 2000년대 들어 자사 브랜드 개발과 신규 고객 개척에 나섰다. 2005년 회사에 합류한 야마자키 대표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주변의 잠재 고객을 모아 재봉틀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초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처음 재봉틀을 사용한 순간, 즉 기계 조작이 서툴렀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재봉틀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야마자키 대표는 어린 시절 기억에 각인된 고정관념을 뿌리 뽑으려면 유년 시절 경험을 바꿔야 한다는 데 착안해 아이도 사용하기 쉬운 재봉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다칠 위험을 없애고 제품 디자인에도 변화를 줘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꿰매기 쉬운 털실 등을 사용하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2015년 출시한 ‘어린이용 재봉틀’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두 달 만에 2만 대 이상 팔렸다. 연간 1만 대를 팔면 히트 상품 반열에 오르는 재봉틀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누적 13만 대를 판매하며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회사는 이 기세를 몰아 부모를 겨냥한 ‘육아에 딱 좋은 재봉틀’, 고령 여성을 위한 ‘손자 손녀를 위한 나만의 재봉틀’, 중년 남성을 위한 ‘도쿄 오코토 미싱’ 등을 연달아 출시하고 매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재봉틀 업계에서 팔리는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인 악스 야마자키의 적중률은 기업들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회사는 타깃 고객을 뾰족하게 설정했다. 소비자 니즈가 점점 세분되고 있는 시대에 재봉틀을 생전 처음 접하는 어린이, 재봉틀이 인테리어에 방해가 되고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주부, 시력 저하와 기력 감소 등 신체적 이유로 재봉틀 사용을 그만둔 고령층, 가죽 크래프트를 취미로 가진 남성 등 고객군을 최대한 좁히면서 이들의 고충을 해소했다. 시장을 넓혀 대중에게 소구하기보다는 범위가 협소하더라도 확실한 매출을 거둘 수 있는 틈새를 파고들어 이들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둘째, 한정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해 주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가급적 현장에서 들었다. 이는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를 피상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넘어 깊숙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회사는 소비자들의 사소한 의견까지 반영해 제품을 변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셋째, 사회성, 독자성, 경제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제품화 여부를 결정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회성’이었다. 악스 야마자키가 정의한 사회성이란 고객의 과제를 해결해 제품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을 뜻했다. 또한 독자성은 기업이 가진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경제성은 최종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의미했다. 많은 기업이 사회성보다는 경제성을 최우선에 두지만 악스 야마자키는 고객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고유의 기술을 활용해봤자 구매로 연결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이윤도 확보할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제품 개발에 임했다.
이처럼 악스 야마자키가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일본의 모든 가정이 재봉틀을 한 대씩 가진 시대를 재현하고’ 있듯이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타깃군을 잘 겨냥하면 기존에 없던 제품, 고객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제품을 사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쪼그라든 시장에서 히트 상품을 연발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1946년에 설립된 오사카의 재봉틀 제조사 ‘악스 야마자키(AXE YAMAZAKI)’다. 이 회사의 성공 사례는 수요가 침체된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품 개발의 실마리를 던진다.
악스 야마자키는 1990년대까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매출을 늘려 오다 OEM 업체가 연쇄적으로 문을 닫던 2000년대 들어 자사 브랜드 개발과 신규 고객 개척에 나섰다. 2005년 회사에 합류한 야마자키 대표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주변의 잠재 고객을 모아 재봉틀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초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처음 재봉틀을 사용한 순간, 즉 기계 조작이 서툴렀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재봉틀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야마자키 대표는 어린 시절 기억에 각인된 고정관념을 뿌리 뽑으려면 유년 시절 경험을 바꿔야 한다는 데 착안해 아이도 사용하기 쉬운 재봉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다칠 위험을 없애고 제품 디자인에도 변화를 줘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꿰매기 쉬운 털실 등을 사용하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2015년 출시한 ‘어린이용 재봉틀’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두 달 만에 2만 대 이상 팔렸다. 연간 1만 대를 팔면 히트 상품 반열에 오르는 재봉틀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누적 13만 대를 판매하며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회사는 이 기세를 몰아 부모를 겨냥한 ‘육아에 딱 좋은 재봉틀’, 고령 여성을 위한 ‘손자 손녀를 위한 나만의 재봉틀’, 중년 남성을 위한 ‘도쿄 오코토 미싱’ 등을 연달아 출시하고 매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재봉틀 업계에서 팔리는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인 악스 야마자키의 적중률은 기업들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회사는 타깃 고객을 뾰족하게 설정했다. 소비자 니즈가 점점 세분되고 있는 시대에 재봉틀을 생전 처음 접하는 어린이, 재봉틀이 인테리어에 방해가 되고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주부, 시력 저하와 기력 감소 등 신체적 이유로 재봉틀 사용을 그만둔 고령층, 가죽 크래프트를 취미로 가진 남성 등 고객군을 최대한 좁히면서 이들의 고충을 해소했다. 시장을 넓혀 대중에게 소구하기보다는 범위가 협소하더라도 확실한 매출을 거둘 수 있는 틈새를 파고들어 이들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둘째, 한정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해 주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가급적 현장에서 들었다. 이는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를 피상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넘어 깊숙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회사는 소비자들의 사소한 의견까지 반영해 제품을 변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셋째, 사회성, 독자성, 경제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제품화 여부를 결정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회성’이었다. 악스 야마자키가 정의한 사회성이란 고객의 과제를 해결해 제품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을 뜻했다. 또한 독자성은 기업이 가진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경제성은 최종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의미했다. 많은 기업이 사회성보다는 경제성을 최우선에 두지만 악스 야마자키는 고객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고유의 기술을 활용해봤자 구매로 연결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이윤도 확보할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제품 개발에 임했다.
이처럼 악스 야마자키가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일본의 모든 가정이 재봉틀을 한 대씩 가진 시대를 재현하고’ 있듯이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타깃군을 잘 겨냥하면 기존에 없던 제품, 고객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제품을 사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71호에 실린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재봉틀, 비결은?’을 요약한 것입니다. |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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