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리 거둔 장재영 "우진이 형과 1·2선발로 우승하는 게 꿈"(종합)
선배들의 축하 물세례 받고서 "가장 기분 좋게 맞은 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키움 히어로즈가 2-0으로 경기를 마치자 키움 더그아웃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키움 코치진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기대하던 '9억팔' 장재영의 첫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선배들은 어디선가 양동이를 구해와 물을 담았다.
외국인 투수 이안 맥키니는 그나마 생수를 들이부어 깨끗한 물통을 준비했지만, 안우진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들고나온 물통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가득했다.
방송 인터뷰가 끝난 뒤 선배들의 격한 물세례를 받고 행복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장재영은 "가장 기분 좋게 맞은 물 같다"며 "너무 오래 걸렸어도 첫 승리를 해서 기분이 좋다. 이제야 팀에 도움이 된 거 같아서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장재영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 2피안타 4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달 23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5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5이닝을 넘겼던 장재영은 2경기 연속 5이닝 투구와 함께 지난 경기보다 아웃 카운트를 1개 더 잡았다.
이와 더불어 7개의 탈삼진과 92구 투구 모두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팀 승리를 이끌고 2021년 프로 데뷔 후 1군에서 40경기 만에 값진 첫 승리를 거둔 장재영은 "데뷔 시즌에 저 자신도 기대가 많았고, 구단도 기대가 컸다. 그 후 매년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 이제 두려울 게 없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시즌 초반 안 좋았던 걸 2군 내려가서 준비 잘한 덕분에 성적이 좋아졌다"고 했다.
시속 150㎞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장재영은 프로 무대에서 제구에 발목이 잡혔다.
2021년은 1패 평균자책점 9.17, 지난해는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71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올 시즌을 5선발로 시작한 장재영은 시즌 초 부진을 겪은 뒤 2군에 내려갔고, 6월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팀 내 비중을 늘려간다.
이날 장재영은 최고 시속 154㎞ 직구(70구) 위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슬라이더(15구)와 커브(7구)는 상대 의표를 찌르는 데 적절하게 활용했다.
직구 비중이 높았던 이유로 그는 "사실 초반부터 변화구 제구가 안 돼서 직구 위주로 던졌다. (포수) 이지영 선배님이 '오늘 직구가 좋다'고 해주셔서 그걸 믿고 공격적으로 던졌다. 타자가 (직구) 노리는 걸 알면서도 던졌고, 덕분에 자신감도 붙었다"고 했다.
미래의 에이스 재목인 장재영의 첫 승리는 키움 구단 모두의 경사다.
벤치를 지킨 코치진과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들까지 가벼운 흥분감을 가슴에 품은 채 즐거운 마음으로 더그아웃을 오갔다.
장재영은 "아무래도 안우진 형이 제일 생각난다. '너무 조급하지 말고 매 경기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거'라고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이지영 선배님은 경기 중간중간 좋은 이야기로 잘 끌어주시고, 이정후 형도 '타자들이 점수 낼 테니 지금 네 공이면 상대 타자들이 못 칠 것'이라고 해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장재영의 우상은 두말할 필요 없이 리그 최고의 투수 안우진이다.
장재영은 "저도 꼭 우진이 형이랑 1, 2선발을 하고 싶다. 우진이 형만큼 (잘) 던질 공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며 "더 열심히 준비해서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나중에 우진이 형이랑 같이 우승에 힘 보태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꿈의 시속 160㎞ 강속구에 대해서는 "우진이 형이 먼저 던졌으니까 저는 팀에서 두 번째로 하겠다"며 웃었다.
장재영이 부담가질까 봐 평소 언급조차 조심스럽게 했던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이 매 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 위기를 스스로 넘어섰을 때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데뷔 승리를 축하한다"고 진심 넘치는 인사를 건넸다.
4bu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모르는 20대 여성 따라가 "성매매하자"…60대 징역 1년 | 연합뉴스
- 아이돌 수능 고사장 들이닥친 대포카메라…경찰 출동까지 | 연합뉴스
- '흑백요리사'로 불붙은 요리예능 열풍…방송가 점령하는 셰프들 | 연합뉴스
- [샷!]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 | 연합뉴스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일본서 고래고기 4t 여행가방에 나눠 밀수한 50대 집유 | 연합뉴스
- 패혈증 환자에 장염약 줬다가 사망…의사 대법서 무죄 | 연합뉴스
- 10억 달러 모금한 해리스, 아직도 기부 요청하는 까닭은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