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영준 대법관 후보 법률의견서로 18억 수입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53·사법연수원 35회·사진)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건당 수천만원씩 수십 건의 법률 의견서를 써온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법인을 통해 의뢰받은 의견서로 교수 급여를 상회하는 대가를 받아온 것이다. 대형 로펌 사건을 다수 접해야 하는 대법관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권 후보자는 최근 5년(2018∼2022년) 간 국내소송과 국제중재 등 38건의 사건에 의견서 63건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금액은 18억1563만원(세금 등 공제 후 6억9699만원) 수준이었다. 권 후보자가 200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있던 것을 감안하면 의뢰 건수와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률의견서는 재판 당사자가 사건과 관련한 법리나 학설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참고용’으로 제출하는 자료다. 다만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제출하는 만큼 중립적인 감정과는 다르다. 형사보다는 민사 재판에서 제출되는 경우가 많고, 대법관 출신처럼 전관 변호사나 학계에서 저명한 로스쿨 교수에게 대형 로펌을 통해 의뢰되곤 한다.

이렇다 보니 20∼30페이지 수준인 의견서 한 건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권 후보자가 제출한 의견서의 ‘단가’도 1000만원부터 시작했다. 가장 큰 금액은 5000만원으로 국내소송 중 ‘민법상 조건 법리’를 주제로 한 의견서였다. 또 38건 중 21건의 의견서가 A로펌의 의뢰로 진행됐는데 국내 대형 로펌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소송(17건)으로 한정하면 이중 14건을 A로펌이 의뢰했다.

권 후보자가 의견서를 제출해 받은 대가는 그가 서울대에서 받은 근로소득보다 많거나 거의 일치했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2018∼2021년 사이 권 후보자는 서울대로부터 매년 약 1억1000만∼1억2000만원의 근로소득을 받았다. 같은 기간 그가 의견서 제출로만 얻은 총소득은 1억900만원∼1억9200만원에 달했다.

매년 로펌을 통해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으로서 심리하는 상고심 사건 가운데는 대형 로펌이 관여된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대형 로펌의 의뢰로 매년 수억원을 받아온 사람이 대법관이 됐을 때 재판을 받는 국민 입장에서 공정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자 측은 의견서 또는 증언 요청을 많이 받아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동안 많은 단행본과 논문을 통해 밝혔거나 후보자가 내심 가지고 있는 학술적 소신과 지론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해 왔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11일 국회에서 열린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