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이번엔 “여성 미용실 폐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용실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가디언 등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는 수도 카불을 포함한 전국의 미용실에 한 달 내로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폐쇄를 명령하는 이유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한 이후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가혹한 여성 탄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자 중학교를 폐쇄한 데 이어 여학생의 대입시험 응시를 금지했다. 국제기구 현지 사무소에 여성이 근무하는 것도 금지했으며, 체육관과 공원 등 많은 공공장소가 여성 출입 불가 지역으로 선언됐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여성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마저 폐쇄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미용실은 일반적으로 여성 전용이며, 외부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창문이 가려져 있다. 또한 일부 여성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수도 카불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탈레반은 날마다 여성에게 제한을 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일하거나 살 권리가 없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미용실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이제 어떻게 만나서 서로 대화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두고 모순된 발언과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성명을 내 “이슬람 샤리아에 따라 사회의 절반인 여성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의 지위가 회복됐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유엔 대표부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이 새로운 제한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여성의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과도 모순된다”면서 철회를 촉구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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