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한 방울도 안 들어갔는데…죠스바·스크류바는 왜 올려?
업계, 2월 가격 20~25% 인상하며
물에 색소 넣어 얼린 빙과류 포함
무더위 속 명분 잃은 인상에 눈살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강모씨(39)는 동네슈퍼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고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고물가 시대라지만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라면과 과자 등은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빙과업계는 요지부동이다.
5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빙그레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초 투게더와 메로나 등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메로나와 비비빅, 쿠앤크바, 요맘때, 캔디바, 생귤탱귤, 슈퍼콘 등 7종의 가격을 20~25% 인상했다. 소매가 기준 1000원이던 아이스크림이 현재는 1200~1500원으로 오른 상태다.
빙그레 계열사인 해태아이스크림도 누가바, 쌍쌍바, 바밤바, 호두마루를 지난 2월 1200원에서 1500원으로, 탱크보이와 폴라포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렸다. 롯데웰푸드 역시 스크류바·죠스바·돼지바·아맛나 등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13.7%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14.3%)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라면(12.3%), 스낵과자(11.2%), 파이(11.0%), 빵(10.8%)보다 높다.
눈여겨볼 대목은 가격 인상 요인이다. 빙과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주원료인 원유 가격 상승을 꼽았다. 2018년 대비 우유 가격이 1ℓ 기준 14.7% 오르는 등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과 빙과류의 가격을 부득이하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유가공품 등의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빙과업계의 주장과 달리 죠스바와 수박바, 스크류바 등 바류(일명 하드)와 폴라포, 탱크보이, 더위사냥, 고드름 등 튜브류는 우유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도 대부분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국내산 원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수익이 날 수가 없다”면서 “특히 먹는물에 색소첨가물을 넣고 꽁꽁 얼려 파는 빙과류는 우윳값 인상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아이스크림은 식품위생법상 유통기한이 따로 없다. 영하 18도 이하로 냉동 보관하기 때문에 제조일자와 상관없이 10년이 지난 제품도 팔 수 있다. 우유 가격이 최근 2년 사이 크게 오른 만큼 당장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요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빙과업계는 대형마트 등 유통사의 ‘골라담기’와 ‘1+1’ 행사로 인한 영업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와 슈퍼 등에서 여전히 정가보다 40~50% 싸게 팔고 있어 경영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재고 처리를 위해 먼저 행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스크림이 주력 품목도 아닌데 대형마트에 가격 인상 이유를 떠넘기는 게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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