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허 도면 빠져나갔나…변리사회 3명 ‘제명’ 중징계 [제보K]
[앵커]
특허 등록을 대리해 주는 변리사들이 한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 자료를 유출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변리사들에게 제공한 설계 도면이 다른 사람의 특허 정보에도 비슷하게 들어있었다는 건데, 해당 변리사들은 최근 변리사협회에서 제명됐습니다.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스타트업은 3년 전, 치약 튜브가 내장된 특수 칫솔을 개발했습니다.
수년 간의 연구 노력을 특허로 인정 받기 위해 한 특허법인을 찾았습니다.
변리사에게 시제품을 보여주고 설계 도면도 제공했습니다.
[박민관/스타트업 대표 : "광고한 문구가 '스타트업 전문 특허사무소'라는 문구가 굉장히 많이 활용되었고, 스타트업 대표들이나 관계자들은 사실 그런 광고에 현혹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로부터 몇달 뒤, 회사 대표는 특허청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특허에 포함된 것과 비슷한 도면이 다른 사람의 특허 정보에도 들어있던 겁니다.
회사 대표는 전문가에게 두 도면을 보여주고 얼마나 유사한지 검증했습니다.
"헤드, 칫솔모, 넥, 바디 상부가 동일하게 표현됐다", 치약 튜브도 "하단 형상만 차이가 있을 뿐 매우 유사하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발명품 각 부분을 가리키는 숫자도 동일합니다.
해당 특허가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 건 재작년 12월, 그런데 그보다 여덟 달 전에 다른 사람이 낸 특허 신청서에도 이같은 도면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해당 사례를 맡은 변리사들은 자신의 특허 등록을 대리했던 법인 소속이었고, 그 중 한 명은 자신의 담당 변리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박민관/스타트업 대표 : "밤샘 작업을 수없이 했다 보니까 '그 많은 날들이 우리가 도대체 뭘 위해서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허무함이 많았고요. 출시 자체가 1년 정도가 연기가 되어 버렸어요."]
회사는 이 내용을 대한변리사협회에 신고했고, 협회는 지난달 관련자 3명에 대해 '제명'이란 최고 수위 징계를 내렸습니다.
의뢰인의 비밀을 동의 없이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관련 변리사들은 도면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술 탈취가 없었고 누설도 적용될 수 없다며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이경구/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강민수
보도 이후 변리사 측은 박민관 대표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출시 자체가 1년 정도가 연기가 되어 버렸어요")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변리사 측은 박 대표 측의 특허 등록 시점이 유사한 도면이 포함된 다른 사람의 특허 등록 시점보다 빠르므로 특허 침해의 가능성이나 사업 전개의 어려움이 발생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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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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