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후각 비결 알아냈다…'고성능' 기계와 유사

고양이가 냄새를 재빠르게 알아채는 이유가 밝혀졌다. 게티이미지

냄새를 유난히 잘 맡는 사람을 비유할 때 '개코'라고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의 후각도 고성능의 가스 분석 기계와 맞먹을만큼 뛰어나다. 

카이 자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이비인후과 부교수 연구팀은 고양이 콧속 구조를 모델링해 고양이의 후각이 뛰어난 이유를 알아내고 연구결과를 지난달 29일 학술지 'PLOS 컴퓨터 생물학'에 발표했다. 

사람, 쥐, 고양이의 기도 구조를 CT촬영한 결과(왼쪽부터 사람, 쥐, 고양이) . 카이 자오 미국 오하이오주립 의대 이비인후과 의학 연구팀

고양이의 기도는 나선형의 잔뼈가 빽빽하고 복잡하게 모여있는 구조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기반으로 3D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고양이가 음식 냄새를 맡을 때 공기가 어떻게 기도를 통해 흡입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코로 흡입된 공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쪽은 기도를 지나 폐에 도달하기 전에 깨끗하게 세척되고 가습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른 한쪽은 곧바로 '후각 부위(olfactory region)'로 전달됐다. 후각 부위는 코 안쪽의 부위 중 하나로, 후각 신경 세포가 있어 냄새를 맡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공기의 일부를 호흡 기관에서 필터링하지 않고 바로 후각 신경으로 전달하는 시스템 덕분에 고양이가 재빠르게 냄새를 알아챌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양이의 후각은 고성능의 가스 크로마토그래프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프는 혼합 기체의 성분을 측정하는 기기다. 기체 시료나 기화한 액체, 고체 시료 등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을 흡착재가 든 분리관에 넣으면 종류에 따라 순차적으로 분리되어 배출된다. 이를 이용해 각 물질의 질량을 분석할 수 있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프 기술은 대기오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감염 여부, 농산물 잔류 농약 등을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자오 부교수는 이와 같은 고양이의 후각 기능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결과"라며 "종마다 다른 코 구조와 각 구조가 수행하는 기능을 연구함으로써 진화 경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