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월요일

지난 3일 전체 평균 기온 17.01도…관측 이래 가장 높아
WMO, 7년 만에 ‘엘니뇨 시작’ 선언…“기록 곧 깨질 듯”

불타는 지구 대구·포항·경주 등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5일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설치된 폭염미세먼지체험관 앞 분수대가 가동되고 있다. 이 테마파크 외부에는 ‘불타는 지구’를 상징하는 폭염지도가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2023년 7월3일(현지시간)이 기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더운 하루로 기록됐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WMO)가 4일 엘니뇨 현상의 시작을 공식 선언하면서 이 기록은 머지않아 깨질 것으로 보인다.

BBC 등에 따르면 미국국립환경예측센터(NCEP)는 지난 3일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이 17.01도에 달해 이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2016년 8월의 16.92도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1979년 위성 관측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자,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시작해도 가장 뜨거운 날이다.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기후학자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이는 우리가 기념해야 할 이정표가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말했다.

이날이 역사상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될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MO가 4일 7년 만에 처음으로 엘니뇨 시작을 공식 선언해서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대규모 고수온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 지구적인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후학자 레온 시몬스는 “엘니뇨가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1년6개월간 훨씬 더 많은 일일, 월간, 연간 최고기온 기록이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WMO는 올해 하반기 동안 엘니뇨 현상이 계속될 확률이 90%라고 예측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시작되면 극심한 더위가 촉발될 것”이라면서 “WMO 선언은 보건과 경제, 생태계에 끼칠 영향에 각국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WMO는 엘니뇨 현상이 식량 불안 가중뿐 아니라 전염병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 남부, 북아프리카, 중국, 스페인 등 세계 곳곳에서 강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카르스텐 하우스타인은 “7월이 약 12만년 전인 엠 간빙기 이후 가장 더운 달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