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영원할 줄 알았나…해고 폭풍에 지갑 닫아버린 ‘리치세션’
이른바 고소득층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불황을 뜻하는 신조어 ‘리치세션’이 진행중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리치세션은 부자를 뜻하는 ‘리치(Rich)’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예금 잔고가 부족하고 해고 확률이 높은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부자들은 불편함이 늘어나는 수준의 충격을 받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전에 발표된 잠정치 1.3%에서 0.7%포인트 올린 연율 2.0%로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도 상향하느라 분주하지만,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정리 해고에 더 큰 타격을 입고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WSJ는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에 따르면 해고자 계좌에 실업 수당을 직접 입금하는 30개 주를 조사한 결과, 연간 12만5000달러(1억6000만원) 이상을 벌던 가구 수가 지난 4월에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5만 달러 미만 가구 증가율의 5배가 넘는다. 조사 대상인 30개 주에는 기술 회사의 본거지로 올해 정리 해고가 집중된 캘리포니아가 포함되지도 않았다.
고소득 근로자의 상여금도 크게 줄었다. 뉴욕주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 증권업계 직원에게 지급된 평균 보너스는 17만6700달러로, 1년 전보다 26% 줄었다.
반면 전체적인 정리 해고는 낮은 수준인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산업의 노동 수요는 여전히 많고 이는 임금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이 줄면서 부자들의 소비활동도 위축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고소득 가구가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임의 소비재(discretionary items)에 쓴 신용 및 직불 카드 지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반면, 다른 가구들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서 덤으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소득불평등이 완화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저임금 노동자가 고임금 일자리로 전환함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40년 동안 누적된 상위 소득자와 하위 소득자 간 임금 불평등의 4분의 1이 해소됐다는 평가도 있다.
WSJ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리치세션은 당분간 경제 전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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