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장군멍군 징계안 10번…귀 막은 ‘꽁생원 정치’
여당, 이재명 “돌팔이 과학자” 발언 문제 삼아 징계안 제출
민주당의 김기현 징계안에 맞불…“총선까지 협치 접은 듯”
국민의힘이 5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징계안을 제출했다. 당 간담회에 초청한 영국인 교수를 ‘돌팔이’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다. 민주당이 전날 ‘민주당 마약 도취’ 발언을 문제 삼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징계안을 낸 데 맞불을 놓은 측면도 있다. 양당이 과도한 언사를 빌미로 상대 당 대표 제소를 주고받으면서 여야 협치 가능성이 더욱더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과 같은 당 서정숙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이 대표와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 임종성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지난달 17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집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대표는 “집권 여당이 매일 1리터씩, 10리터씩 마셔도 아무 상관없다고 말하는 돌팔이 과학자들을 불러다가 발표하는 것이 바로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5월19일 국민의힘 초청 간담회에서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아니라 그 10배도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비판이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발언은) 수산업자, 횟집, 젓갈집 사장 등 관계 종사자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발언으로 국회의원 품위 유지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나 여당을 겨냥한 발언도 아닌데 야당 대표 징계를 청구한 것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임 의원이 지난 1일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는 없다”고 한 발언, 김 부의장이 국회 본회의 도중 지인과 ‘일본 골프 여행’ 문자를 주고받은 것도 징계 사유로 봤다.
이는 전날 민주당이 김 대표 관련 징계안을 제출한 데 대한 맞불 성격도 있다. 전날 민주당은 김 대표의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됐다’는 발언, 아들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에 거짓 해명한 의혹과 관련해 김 대표를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할 김 대표와 이 대표의 관계는 악화일로다. 지난 5월26일 양당 대표는 TV토론 방식의 공개 회동에 합의했지만 이후 토론 방식, 비공개 회담 개최 여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사실상 회동이 무산된 상황이다. 지난달 10일 이 대표가 김 대표 아들이 가상자산 업체 임원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양당 관계 악화 속에 지난 3월 김 대표 취임 후 여야가 서로에 대해 제출한 징계안만 벌써 10번째다.
서로를 제소한 후에도 상대방 공격 수위는 낮아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도박도, 마약도, 중독되면 본인이 중독된 걸 잘 모른다”며 “주변에서 알려주면서 끊어내는 게 그래도 가장 빠른 문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야당 대표를 윤리특위에 억지 제소하며 맞불을 놓겠다니 정말 교활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협치에 나서야 할 대표끼리의 제소는 정치 도의상 피해야 하는데 그게 다 사라진 상황”이라며 “각 당이 총선 전까지 협치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이두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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