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약’으로만 녹내장 환자 안압 10% 낮췄다

권대익 2023. 7. 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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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플라시보)을 환자에게 처방했는데 환자 상태가 호전될 때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녹내장 환자의 안압 하락 치료 관련 위약 효과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준다고 설명했다.

김영국 교수는 "플라시보 효과는 낙관적인 믿음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경우"라며 "진료 현장에서 녹내장 안약을 이용한 안압 하락 치료가 상당한 위약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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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결국에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으로 진행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플라시보)을 환자에게 처방했는데 환자 상태가 호전될 때가 있다. 이를 ‘플라시보 효과’라고 부른다.

플라시보(Placebo)는 ‘기쁨을 주다’ 또는 ‘즐겁게 하다’라는 의미를 담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그동안 우울증, 통증, 천식, 파킨슨병, 관절염 등의 질병에서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이에 더해 가짜 약이 녹내장 치료에 안압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최수연 충남대병원 안과 교수, 하아늘 제주대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6월까지 발표된 녹내장 안약 치료 관련 40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 논문을 검토해 녹내장 안약의 위약 효과를 결정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이 동일 환자에서 위약 처치 전후를 비교했을 때 처치 후 2개월째 1.30㎜Hg 정도 안압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위약을 사용하지 않은 비치료군과 비교한 순수 위약 효과를 계산했을 때는 안압 하강 정도가 2.27㎜Hg로 더 증가했다.

녹내장은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질환 중 하나로, 국내에서만 환자가 100만 명 이상이나 된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으로 악화되는데 안압을 낮추는 치료가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안압을 낮출 수 있는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약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 시험 중 위약군과 효과 비교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녹내장 안약 관련 위약 효과를 정량화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학술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안압 감소 치료 관련 40개의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 결과들을 통합해 표본 7,829안을 확보했다. 최종 분석에는 33개의 위약군(2,055안)과 7개의 비치료군(1,184안)이 사용됐다.

연구 결과, 33개의 위약군에서 투약 전과 비교해 투약 2개월 뒤에 1.30㎜Hg만큼 안압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네트워크 메타 분석을 통해 △치료군 △위약군 △비치료군으로 나눠 안압 감소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위약군은 비치료군보다 2.27㎜Hg만큼 안압이 떨어졌다. 이 값은 시간에 따른 질병 경과가 반영된 순수 위약 효과로 볼 수 있다. 대상 환자들의 치료 전 평균 안압이 22.7㎜Hg인 점을 고려하면 10% 정도의 안압 하락 효과를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녹내장 환자의 안압 하락 치료 관련 위약 효과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준다고 설명했다.

김영국 교수는 “플라시보 효과는 낙관적인 믿음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경우”라며 “진료 현장에서 녹내장 안약을 이용한 안압 하락 치료가 상당한 위약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안과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Ophthalm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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