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권고부터 방통위 의결까지 ‘절차상 하자’ 수두룩
홈피 토론 댓글·추천 등서 출발…‘국민 여론’ 판단 근거 부족
방통위 개정안, 대통령실 권고 중 ‘공적 책임 보장 방안’ 빠져
입법예고 ‘10일’로 단축…KBS 등 이해관계자·학계 ‘패싱’도
대통령실의 ‘권고’로 시작한 ‘KBS 수신료 분리징수’는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기까지 단계마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나왔다.
시작은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국민 제안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관련 국민 참여 토론이었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통합징수 방식 개선 ‘추천’ 의견이 96.5%라며 지난달 5일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과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해당 국민 참여 토론에 달린 전체 댓글을 분석해보니 댓글 25.8%는 중복 이용자가 남겼고, 댓글을 62개 작성한 이용자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에 수신료 분리징수 후속 조치와 함께 KBS의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담겼지만,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용산 권고안의 반쪽짜리 개정안”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과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냐,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시행령 개정 절차도 졸속이었다.
통상 시행령 개정에는 3~5개월이 걸린다. 이 중 ‘입법예고’는 40일 이상 하도록 행정절차법이 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를 10일 만에 끝냈다. 방통위는 ‘신속한 국민 권리 보호 또는 예측 곤란한 특별한 사정의 발생 등으로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긴급을 요하는 사유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수신료를 받는 KBS와 이를 위탁징수하는 한국전력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았다.
입법예고 10일간 제출된 의견 4746건 중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내용이 4234건(89.2%)이었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민이 먹고살기 바쁜데 이런 데 자기 의견 내기 쉽지 않다. (시행령 개정으로) 어려워지는 곳에서 의견을 많이 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학계에서는 ‘학계 패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4일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함께 연 긴급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섰던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방통위는 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고, 위원 간 치열한 논쟁을 위한 자료는 연구반 등 학계와 관계기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청취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객관적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학계를 패싱한 것뿐 아니라 공청회를 열지 않으며 이해관계자도 패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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