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광고 내역·견제안 알아봐”…이동관 홍보수석실, 국정원에 강요
2010년 5월, 행정관이 지시
“발각 땐 책임질 거냐” 항의에
“안 하면 VIP에 보고” 압박도
행정관은 검찰 진술조서서
“평소 경향신문, 정부 비판적
박흥신 언론비서관이 지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때 홍보수석실이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진보 성향 특정 일간지의 광고 수주 동향 및 견제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하자, 해당 국정원 직원이 “나중에 발각되면 책임질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는 당사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5일 확보한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검찰 수사기록·증거기록·진술조서를 보면, 당시 홍보수석실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은 홍보수석실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받고 “이 일이 국정원의 일이 맞냐. 나중에 발각되면 책임질 것이냐”고 항의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특보가 홍보수석일 때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 A씨는 2017년 12월10일 검찰에 출석해 국정원에 ‘주문보고서’를 요청한 건의 80~90%가 홍보수석실 산하 언론비서관실에서 온 것이었으며, 이외의 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은 거의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 언론비서관은 이 특보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박흥신 전 비서관이었다.
진술조서를 보면, A씨는 2010년 5월 B행정관으로부터 ‘진보 성향 특정 일간지의 광고 수주 동향 및 견제 방안’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B행정관에게 “이런 일을 알아보는 게 가능하다고 보느냐. 광고부장 서랍을 열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우리(국정원)가 하는 일이 맞냐. 나중에 이 일이 발각되면 책임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A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한 걸음 물러섰던 B행정관은 몇 시간 후 다시 찾아와 “아까 요청한 내용을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으면 국정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VIP에게 보고하겠다”며 재차 동향 파악을 강요했다고 A씨는 진술했다. 이에 A씨는 “우리도 언론비서관실에서 국정원 본연의 업무도 아니며, 노출될 경우 국정원은 물론 VIP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행위를 자꾸 요청해서 큰 부담이라고 보고하겠다”고 되받아쳤다고 진술했다. A씨는 “항의 이후 언론비서관실에서 ‘이상한’ 요청이 거의 없어졌다”며 “1~2주쯤 뒤 언론비서관실의 한 관계자가 ‘우리도 알아볼 수 있는 다른 루트가 있다’고 했다”고 검찰에 밝혔다.
이런 사실은 B행정관의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B행정관은 검사가 A씨의 진술을 제시하자 “(진보 성향 특정 일간지는) 경향신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경향신문의 광고 수주 현황 및 견제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역시 (언론)비서관님이 시킨 것인데, 그 배경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짐작으로는 평소 경향신문이 정부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였던 것 같다”고 했다.
B행정관은 “2009년 후반 무렵부터 처음으로 언론비서관으로부터 (국정원) 파견관을 통해 어떠한 사안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담배 피우는 장소’나 ‘복도’에서 언론비서관의 지시사항을 국정원 파견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사무실은 사람이 많아 이야기하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는 이유였다. 검사가 “언론비서관의 지시가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되는 것이라 비공식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B행정관은 “그런 면이 있다”고 답했다.
A씨는 경향신문 광고 수주 현황 파악을 둘러싼 ‘항명’ 소동이 있었던 2010년 5월 전까지 언론비서관실 지시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이 한 달 3~4건에 달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30~40% 정도 요청이 좌편향 격인 언론계나 종사자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라며 “연예인 C씨의 프로포폴 투약 소문이나 좌파 언론인들의 방송 진출 실태 및 견제 방안과 같은 것을 알아봐 달라는 지시를 한 적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흥신 전 언론비서관은 이날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나 무슨 좌편향 이런 걸 한 일이 없다. 저희 업무도 아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특보 측에도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전지현·탁지영·강은·조형국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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