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전국은행’ 된다
이르면 올해 안 ‘시중은행’ 인가
31년 만에…은행 과점 체제 깨기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 영업을 할 수 있고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중은행 인가는 31년 만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위해 검토했던 스몰 라이선스 등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은행 외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가 계좌 개설을 할 수 있게 하는 지급결제업 확대는 보류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전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이 최근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혔다”면서 “현 상황에서 지배구조 요건은 큰 문제가 없어 신청서를 받으면 사업계획 등의 타당성을 신속히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빠르게 진행하면 올해 안에 (인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인가에 필요한 최소자본금 요건 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은행 보유 한도 10%)을 모두 충족한다. 지방은행은 필요 자본금이 250억원이고 지배구조 요건도 시중은행보다 완화돼 있다.
‘은행 과점 해소’로 검토한 특화전문은행은 사실상 유보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올 1분기 말 기준 6806억원이다. 지분은 DGB금융지주가 100%를 보유하고 있고, DGB금융지주 주요 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8.78%), 오케이저축은행(8.00%), 우리사주조합(3.95%) 등이다.
나머지 지방은행 5곳인 BNK부산(9774억원)·BNK경남(4321억원)·JB전북(4616억원)·JB광주(2566억원)·제주은행(1606억원)은 필요한 자본금은 충분하지만 제주은행을 제외한 4곳은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지분율 75.31%)가 대주주이지만 지방은행 중 규모가 가장 작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구체적인 시중은행 전환 신청 계획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인가는 1992년 11월 설립된 평화은행이 마지막이었다. 평화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통폐합됐고 조흥은행(2006년), 외환은행(2015년)도 각각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합병됐다. 현재 시중은행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곳이다. 2015년 이후에는 케이뱅크(2016년 12월), 카카오뱅크(2017년 4월), 토스뱅크(2021년 6월) 등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만 있었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수도권,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과 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다른 신규 인가도 자금력이 충분하고 사업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규 은행이 난립하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심화돼 은행산업 경쟁력이 도리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화전문은행에 대해서는 “향후 필요성,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화전문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 과점체제를 개선하라고 지시한 후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가장 먼저 검토했던 사안이다. 한 달 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소규모 은행이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새로운 전문은행 설립은 유보하고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시키는 선에서 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유도하기로 한 셈이 됐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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