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악’ 설계한 이동관 홍보수석실
중앙지검, 2017년 수사 보고서에
“국정원과 공모, 3단계 와해 계획”
당시 윤석열 지검장이 수사 지휘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 배후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09~2010년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공모해 방송장악을 기획한 것으로 봤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었다. 이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경향신문이 5일 확보한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검찰 수사기록·증거기록·진술조서를 살펴보면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1월5일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해당 문건에는 ①간부진 인적 쇄신 ②노조 무력화 및 조직개편 ③소유구조 개편 등 3단계에 걸쳐 MBC를 와해하려는 세부 계획이 담겼다.
검찰은 문건 작성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홍보수석실이 MBC 등 공영방송 장악을 설계했다고 봤다. MBC 담당 국정원 IO(정보수집관) A씨는 검찰에서 “이 문건은 원래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홍보수석 이동관은 이 문건을 한 번 보고 버리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MBC에 전달하여 정권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친정부적인 사람을 출연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동관과 김재철이 엄청 친한 사이”라고 진술했다.
“이동관과 김재철 엄청 친해”…검찰 수사는 말단 조사 후 일단락
국정원 국익전략실 소속 B씨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재철 사장이 친한 사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건 내용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지 않겠나 추측했다”고 했다.
검찰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에 요청한 ‘일부 연예인의 수면마취제 중독설 점검’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 등 다른 문건들에 대해서도 “청와대에 홍보수석실이 신설된 2009년 8월31일 이후로 홍보수석비서관 이동관일 때 집중되어 있으며, 문건의 내용을 볼 때 방송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작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검찰은 다른 피의자와 참고인들에게 이 특보의 영향력 등을 반복해서 캐물었다.
당시 MBC 기획조정본부장 C씨는 김재철 전 사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 특보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관계에 대해 “김재철과 이동관은 일본에서 특파원을 하면서 친분을 쌓아 매우 친한 사이로 알고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하고 원세훈이 정무부시장을 할 때, 김재철이 서울시문화재단(비상임이사)을 하였고 당시 최시중이 갤럽 회장이었다. 그때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나중에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모두 함께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MBC 방송장악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MBC 방송장악도’를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여기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을 정점으로 국정원·방통위·방송문화진흥회 등이 그려져 있다.
수사팀은 김 전 사장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은 이 특보의 통신기록, 출입국 내역도 조회했다.
그러나 이동관 홍보수석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언론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이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선에서 끝났다.
행정관들은 모두 “홍보수석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은 없었고 전부 박흥신 언론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 비서관이 이 특보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도 박 비서관을 부르지 않았다. 이동관 홍보수석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말단에서 일단락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2011~2012년은 이 특보가 청와대 홍보수석을 그만둔 다음이라 이 특보가 수사 대상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탁지영·강은·전지현·조형국 기자 g0g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향신문 광고 내역·견제안 알아봐”…이동관 홍보수석실, 국정원에 강요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