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럭비 국내 첫 실업팀…“대회 우승해 존재 이유 보여줄 것”
‘척수장애인’ 최재웅 감독 지휘봉
“경제적 문제 얽매이지 않고 운동”
국가대표 등 선수 5명 훈련 구슬땀
“국내 넘어 국제대회도 입상 도전”
“라인 수비를 갖춰야지. 스위치(맨투맨하던 상대 선수를 바꿔 마크하는 전술) 후 어택(공격)하자고.”
충남 휠체어럭비 실업팀을 이끌고 있는 최재웅 감독은 지난 3일 홍성군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수신호를 보내며 선수들에게 전술 지시를 내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RAPID RC(래피드 럭비클럽)’라고 적힌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감독 지시에 따라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일사분란하게 공격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쏜살같이 방어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RAPID RC는 실업팀이 창단되기 전 이들이 활동했던 클럽팀 이름이다.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누비던 선수들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쿵쿵, 공을 차지하기 위해 휠체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경기장을 메웠다.
두 발이 아닌 두 손으로 경기장을 누빈 이들은 전국 최초의 휠체어럭비 실업팀이다. 팀은 충남장애인체육회에서 운영하며 지난 5월 창단했다.
이 실업팀은 최 감독이 주축이 돼 안태균(43)·전경민(39)·안영준(35)·박지은(33)·송문령(28) 선수로 구성됐다. 이 중 2명이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휠체어럭비는 농구장 크기의 경기장에서 경기용 휠체어를 타고 공을 상대 팀 엔드라인을 통과시키면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휠체어끼리만 접촉할 수 있다. 한 팀은 남녀 구별 없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4명과 교체선수 8명으로 구성된다. 어느 팀이 점수를 많이 얻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0년 넘게 휠체어럭비를 해온 팀원 대부분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한 장애를 갖고 있다. 최 감독은 영국에서 럭비를 하다가 경기 중 불의의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희귀병인 척수성 근육위축증 등은 물론 아직까지 병명이 파악되지 않은 장애를 갖고 있는 선수도 있다.
최 감독은 “실업팀이 창단되면서 경제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선수들이 기량에 따른 연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자부심과 열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실업팀에 합류한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실력자들이다. 최 감독은 국내 최초로 국제대회(2014년 인천장애인 아시안게임 은메달)에서 입상한 바 있다. 선수들 또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휠체어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전경민 선수는 휠체어럭비팀이 창단하면서 종목을 바꾸기도 했다.
충남 휠체어럭비팀의 유일한 여성인 박지은 선수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며 피아노 선생님이라는 꿈을 키웠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쭈쭈바 하나도 못 짜먹을 정도로 장애가 심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하지만 대학 동아리에서 처음 휠체어럭비를 접하고 ‘장애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스포츠를 즐기는 장애인들이 현실에 굴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오는 11월 ‘제43회 전국장애인체전’ 우승을 목표로 매주 홍성군장애인스포츠센터에 모여 훈련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 감독은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팀인 만큼 우승해 모두에게 인정받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국내를 넘어 국제대회에서도 입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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