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으로…과점해소는 “글쎄요”

이재연 2023. 7.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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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비판 과점해소 주문 여파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 유보…“용두사미” 평가도
대구은행이 이르면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연합뉴스

대구은행이 이르면 올해 안에 전국에 영업점을 둘 수 있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돈 잔치’를 비판하며 과점을 해소할 대책을 주문한 지 5개월 만에 나온 금융당국의 결론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구은행이 기존의 5대 은행을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될지 불투명한데다, 앞서 거론됐던 소규모 특화은행 제도 도입 등은 유보됐다는 점에서 ‘용두사미’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에 대해 ‘돈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금융위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은행의 ‘과점 체제’를 언급하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은행들의 행태뿐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에 손을 댈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금융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새로운 경쟁자 진입에 초점을 두고 논의해왔다.

일단 기존 금융회사의 시중은행·지방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첫 타자는 전환 의향을 이날 공식화한 대구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금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상 지배구조 개편 없이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방은행이 대구은행과 제주은행뿐인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이 중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신청하면 올해 안에 전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고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처음으로 새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당국은 대구은행이 케이비(KB)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 등 5대 은행 중심의 현 체제를 뒤흔들 것으로 기대한다. 시중은행은 지방은행과 달리 전국에 영업점을 두고 영업할 수 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은행업 신규 인가도 상시 개방 체제로 바꾼다. 기존에는 관행적으로 금융당국이 인가 방침을 발표해야 인가 신청이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상시 신청을 받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언제든 새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 저축은행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비은행권 쪽의 경쟁 압력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가 꺼낸 ‘대구은행 카드’가 실질적인 경쟁 촉진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시중은행 전환만으로는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규제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지방은행은 각 사 정관에서 자율적으로 영업구역을 정하며, 전국을 모두 포함하지만 않으면 은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현재 대구은행의 정관상 영업구역은 서울과 각 광역시, 특별자치시, 경기도, 경상도, 국외다. 시중은행이 되고 나서 추가되는 지역은 충청도와 강원도, 전라도 정도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이 되면 더 유리해진 자금 조달 여건을 발판 삼아 몸집을 키우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대구은행의 신용등급이 시중은행과 같은 만큼 채권 발행금리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대구은행은 이제까지 시중은행보다 0.02~0.15%포인트 더 높은 금리가 적용돼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구은행의 성패는 ‘시중은행 전환’으로 인한 효과보다는 자체적인 경쟁력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말 대구은행의 자본은 총 4조9857억원으로, 시중은행의 15~20% 수준이다. 같은 시점 대구은행의 여신은 총 52조3948억원인데 대부분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결국 대구은행이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고, 또 신용평가 능력을 발전시켜 대출자산을 불릴 수 있을지에 달렸는데 이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주문했던 은행 간 경쟁 활성화로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메기 효과’ 여부는 불투명한 셈이다. 금융위는 앞서 검토한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등을 유보하고, 특화은행도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만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특화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신규 인가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역사가 일천하고 외국에서도 성과가 혼재돼 있다”(김주현 위원장) 등의 발언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읽힌다.

이는 자칫 경쟁을 지나치게 촉진했다가 금융안정이 저해될 위험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국면에서 금융불안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결과인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대책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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