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수급가구 1071곳↑ 원도심·서부산 ‘허리’부터 무너져
- 중구 수급가구 2020년 11%→4월 15%
- 동구 3.71%P 사하구 3.48%P 등 늘어
- 지역소득격차, 위기대응격차로 나타나
- 자영업·서비스업 의존도 높은 부산
- 차상위계층도 3년간 9.48%로 2%P↑
지난 3년간 코로나 충격은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덮쳤지만 취약층을 더 빠르고 쉽게 무너뜨렸다. 부산에서도 평균 소득이 낮은 원도심과 서부산 등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빈곤의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
▮저소득층 다수 서부산·원도심 코로나 직격탄
코로나 이전에도 빈곤층(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았던 원도심·서부산 지역은 코로나 팬데믹 3년을 거치며 더욱 악화했다. 원도심과 서부산 지역은 ‘가구수 대비 수급가구’ 증가율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반면 신도시가 있는 강서구를 비롯해 남구 동래구 부산진구 등은 평균을 밑돈다. 지역에 따른 소득 격차는 위기 대응 격차로 이어졌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구는 부산에서 가구수 대비 수급가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이다. 2020년 1월 중구 내 수급가구는 2554곳으로 전체 가구(2만3189세대)의 11.01%를 차지하면서 부산 전역에서 다섯 번째로 높았다. 이후 코로나를 거치면서 올해 4월 수급가구는 전체 2만4061세대 가운데 3625곳(15.07%)으로 1071곳이 증가했다. 가구수 대비 수급가구 비율의 증감을 보면 3년 여 동안 4.05%P 늘어난 것인데, 이는 부산에서 가장 높고 부산 평균 증가율(2.38%P)을 크게 웃돈다.
같은 방식으로 부산 16개 구·군을 분석하면 서부산과 원도심이 선두권에 들어와 있다. 중구에 이어 동구(3.71%P) 사하구(3.48%P) 영도구(3.11%P) 서구(2.70%P) 북구(2.64%P)가 부산 평균 이상을 기록하며 뒤를 잇는다. 반면 강서구(1.00%P) 남구(1.92%P) 사상구(2.01%P)는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복지포럼 공감 박민성 사무국장은 “이전부터 허약했던 소득 계층에 코로나라는 위기가 닥치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이 코로나에 취약했던 것처럼 경제적 면역력이 약했던 사람들이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통계를 보면 수급자에 잡히지 않지만 저소득층의 경계 수준에 있는 시민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존 지역 격차가 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확대되거나 공고해졌음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중산층, 차상위·빈곤층으로 ‘빈곤의 악순환’
기초생활수급자의 증가는 결국 중산층의 이탈을 의미한다. 자영업과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은 부산은 코로나 위기에 특히 취약함을 드러내며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빈번했다.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는 A(70대) 씨는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번듯한 중산층이었다. 요식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수영구 남천동에서 이곳 공공임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광안리 해변가의 한 아파트에 살던 그는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해운대구에서 직원 10명 규모의 대형 음식점을 개업했다가 2020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직원 월급과 점포 월세, 개업하며 빌린 대출금을 메우면서 버텼지만 끝내 모든 재산을 날린 후 파산했다. 올해 2월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된 A 씨의 임대아파트에는 이전에 사용하던 대형 TV와 값비싼 소파가 그대로 놓여있었다. A 씨는 “생활이 어려워진 것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예전에 편하게 보던 친구를 만나기 꺼려지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털어놨다.
A 씨와 같은 중산층이 늘면서 차상위계층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부산의 차상위계층은 7만5525명에서 2023년 4월 8만3744명으로 8219명 늘었다. 수급자와 차상위를 합치면 같은 기간 24만8626명에서 31만4085명으로 크게 뛰었고, 인구수 대비 비율 또한 7.29%에서 9.48%로 2%P 넘게 늘었다. 사회복지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빈곤층 수가 폭증했다”며 “차상위에서 빈곤층으로 가거나 새롭게 차상위로 분류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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