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의회 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 시대 역행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농촌유학과 생태교육의 근거가 되는 조례(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5일 폐지됐다. 지난해 관련 예산이 삭감된 데 이어 조례까지 폐지된 것이다. 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금이 목적과 달리 농촌유학 단일사업에만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예산을 늘리고 정책에 힘을 실어줘도 부족할 판에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다. 농촌유학은 서울 초·중학생들이 한 학기 전남·전북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다니며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자연친화적 교육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의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지방소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취지로 도입돼 호평을 받았다. 2021년 1학기에 시작할 때 81명이 참가했지만 그해 2학기 147명, 지난해 1·2학기엔 각각 195명과 263명으로 많아졌다. 갈수록 참가자도 늘고 방문 지역도 다른 시·도로 넓히려고 했다. 농촌유학에 필요한 예산은 올해 18억원 정도다. 서울시교육청 예산이 13조5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큰 액수라고 보기 어렵고, 이 돈도 농촌 지역을 통해 환원되니 국가 차원에서 보면 낭비가 아니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사사건건 부딪쳐왔다. 지난 5월 시의회는 교육청 반대에도 각 학교의 기초학력 진단결과 공개를 유도하는 ‘기초학력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고, 지난달엔 시의회가 조 교육감의 원고 내용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시정연설을 막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번 조례 폐지도 국민의힘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가 진보 성향인 조 교육감 정책에 딴지를 건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교육 정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미래지향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시의회와 교육청이 대립하면 피해는 시민과 학생들이 본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와 적극 대화하고, 서울시의회는 조례를 다시 살려 농촌유학과 생태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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