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고향’ KCC에 코치로 돌아온 이상민
‘나랑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전창진 감독 제의에 복귀 결심
스스로 실패한 지도자라 생각
우승 배너 1개 더 걸게 힘쓸 것
“가슴이 떨려 왔어요. 2007년 나갈 때 생각도 났고….”
긴 세월이 흘렀어도 경기 용인시 마북리의 KCC 중앙연구소 타운 내 KCC 농구단으로 올라가는 길은 변한 게 없었다. 현역 시절 꿈과 투혼을 불살랐던 곳, 한편으로는 눈물로 떠나야 했던 추억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사뭇 설렜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감독에서 물러난 지 1년 반 만에 전주 KCC 코치로 복귀한 이상민(51)의 첫 소회는 “가슴 떨리는 설렘”이었다. 2022년 1월, 성적 부진에 팀 내 사건·사고가 겹쳐 8시즌 동안 맡았던 삼성 사령탑에서 내려와 지쳐 있던 심신을 겨우 추스른 그에게 고향팀 복귀는 다시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이상민의 KCC 코치 복귀는 전격 성사됐다. KCC 전창진 감독에게 제의를 받은 그가 사흘 고심 끝에 결심을 굳힌 지난달 24일, 구단의 사인과 공식발표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전 감독님이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여기서 나랑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편안하게 말씀해주신 게 고마웠다”고 했다.
이상민은 두말할 필요 없는 KCC의 상징적 존재다. ‘농구명가’ 현대전자로 입단해 프로농구 대전 현대와 그 후신 전주 KCC에서 뛰며 당대 최고 포인트가드로 3차례 우승(1998, 1999, 2004)을 이끌었고, 올스타 인기투표에서는 9시즌 연속 1위를 차지할 만큼 팬사랑을 누렸다.
KCC에서 뼈를 묻을 줄로만 알았던 그가 2007년 자유계약선수(FA) 서장훈을 영입하면서 보호선수로 묶이지 못해 삼성에 보상선수로 이적한 것은 프로농구사에 남을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상민은 라이벌 구단에서도 간판선수가 됐고, 감독까지 지냈으니 파란만장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라이벌 구단만 왔다 갔다 하네요”라며 웃은 이상민 코치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훈련을 도우며 팀에 녹아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제가 선수 시절 쓰던 숙소와 체육관 등 대부분이 그대로여서 모든 게 편안하다”는 말에서 고향을 찾은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상민이 복귀하는 데 KCC 정몽진 회장을 비롯한 구단주 일가의 변함없는 애정도 크게 작용했다. 2021년 작고한 정상영 명예회장 대부터 내려온 농구사랑은 선수들을 일일이 챙길 만큼 헌신적이었고 간판선수인 이상민에게는 더욱 특별했다.
지난달 28일 이상민은 용인 체육관 인근의 정 명예회장 산소를 찾아 ‘복귀 인사’를 했다. 동행한 전 감독은 “정몽진 회장님이 산소에 절하면서 ‘아버지, 상민이 다시 데려왔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는 말로 구단주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를 전했다.
이 코치는 “삼성과의 차이를 묻는 분들이 있는데 삼성에서는 엄한 종갓집의 맏며느리 같았다면, 여기선 정말 사랑받는 막내며느리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그만큼 윗사람들이 지도자, 선수들을 자상하게 챙기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문화라는 말이다.
이 코치는 “삼성 감독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에 스스로 실패한 지도자라 생각하는데, 전 감독님 아래 새롭게 배우겠다”면서 “체육관 천장에 걸린 우승 배너가 6개인데 그중 3개는 제 지분도 있다. 제가 나간 이후 3개가 더해졌는데 코치로서 감독님을 도와 1개를 더 거는 게 목표”라고 의욕을 밝혔다.
용인 |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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