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MBC] 어느 우수 중소기업의 '지옥같은 회의 시간'

차주혁 2023. 7. 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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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우수 기업으로 알려진 한 중소기업의 대표가 직원들에게 매일같이 욕설과 위협을 가하면서, 마치 제왕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수시로 해고를 하겠다면서 협박까지 했는데, 이 때문에 한 직원은 입사 3개월 만에 공황 장애가 생겼다고 합니다.

참다못한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해고였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흙막이 시설을 전문 시공하는 한 건설업체.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기술혁신 기업으로 대표이사는 산업부장관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대표이사(회사 홍보영상)]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주력한 결과 이제 한국에서는 최고의 위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올해 5월까지 신규 사원은 6명, 그런데 퇴사한 직원은 14명입니다.

평균연봉 4천7백만 원에 복지도 잘 돼 있다는 우수 중소기업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난 2월, 이 회사 영업 회의에서 녹음된 대표이사의 목소리입니다.

[대표이사] "영업부 너희는 무슨 계획을 세웠어. 이 00놈들아. 어? 야 이 X새끼들아, 얘기해 봐. 물었잖아."

대답을 안 하면 안 한다고 욕을 하고, 대답을 하면 했다고 또 욕을 합니다.

수시로 해고를 들먹이기도 합니다.

[대표이사] "이 X같은 새끼야, 항상 하는 게 XX놈아 맨날 핑계만 대고 X새끼야. 첫째 목표가 없고 시간 개념이 없는 새끼는 빨리 잘라야 해. 알았냐."

평사원은 물론 간부 직원도 욕을 듣기는 마찬가집니다.

[대표이사] "대답을 하려면 다해, 새끼야. 왜 임과장만 대답해. 임마 임부장. <네> 너도 임마, 장부장도. <네> 또 김부장도. <네>"

회의가 끝나면 직원들은 화장실에서 귀를 씻었다고 합니다.

[직원들] "아~ 아무 일도 하기 싫네, 진짜. 아~ 54분 동안 얘기했네. <듣다 보니 내 혈압이 올라가.> 나도."

욕을 먹으면서도 참고 다니는 건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기 때문입니다.

[김민수(가명)] "'저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 왜 다니지' 생각을 했지만 막상 당해보니까 저처럼 한 가정의 가장이고 그만두지 못할 사정이.."

올해 74살의 대표이사는 대기업 건설회사 출신입니다.

[대표이사] "중소기업에 오니까 임원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헤매고 앉아있어. XX새끼들이 와가지고 XX하니까 내가 입에서 욕이 안 나오나."

늘 노동조합을 욕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가입하고 싶어도 노조가 없습니다.

[대표이사] "가장 나쁜 놈이 전교조하고 얄궂은 노조 뭐 이런 놈들, XX한 X새끼들이 나라를 망친 주범들이 X새끼들이야."

회식 강요가 없다는 구인 광고와 달리 점심시간엔 술을 자주 마셨고, 그런 날은 오후 회의가 지옥 같았습니다.

[대표이사] "싸가지 없는 새끼, 죽을라고. 쇠파이프 없나. 00놈 대가리 깨버리게. <죄송합니다.>"

욕설과 위협은 성별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대표이사] "<내일 영업부 얘기 한 번 더 들어보고...> 한 번 내가 얘기를 하면 말을 들어 처먹어야지. 안 그러면 대가리를 깬다고 내가 몇 번 얘기했노. 까불지 말라니까 새끼야. XX병하고 자빠졌어."

임신부가 있는 사무실에서까지 욕을 했고, 여직원들은 숨어서 서로를 달랬습니다.

[여직원들 대화] "<울지 마.> 아~ 열받아. <울지 마, 왜 울어.> 내가 왜 욕을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네."

결국 이 여직원은 입사 3개월 만에 공황장애가 생겼습니다.

[이미숙(가명)] "손이 막 부들부들 떨려요. 삶의 의욕도 없고 다음 날 회사 가지 말까, 회사 가지 말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대표이사를 신고하자, 돌아온 건 해고였습니다.

같이 신고한 남자직원은 더 심한 괴롭힘을 당했고, 두 달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역시 해고됐습니다.

[대표이사] "사람 열받게 하는 X새끼야. 주둥아리를 함부로.. 펜치로 혓바닥을 빼줄까. 마스크 내려. 이 00놈아. 내가 혓바닥 다 빼줄게."

과태료 4백만 원과 근로감독을 받은 대표이사는 MBC 취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전해왔습니다.

[김민수(가명)] "제가 해고당하고 나가기 전까지 계속 사람들한테 욕하고 그런 거 보니까 '저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본사에만 30명이 일했던 이 회사는 지금은 18명만 남았습니다.

월급이 적지는 않아도, 사장이 마치 제왕처럼 군림하는 회사.

청년 구직자들은 이런 악덕 중소기업을 가려내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미숙(가명)] "자기가 이 회사의 왕이고, 밑에 내가 돈 주고 부리는 노비들, 노예들. 욕해도 되고 때려도 되고 신분제같이 뭐 왕놀이하는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월급 같은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에 앞서,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을 기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정확히 진단하고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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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00497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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